하슬라국제예술제 프리뷰 콘서트 Hasla in Seoul 후기
노래를 들을 땐 주로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해 듣는다. 플랫폼은 멜론을 이용하는데 여기엔 멜론 DJ라는 사람들이 자기 취향대로 마음껏 묶어둔 플레이리스트가 많이 있다. 평소 검색하는 키워드는 늘 “신나는 팝송”이지만, 책을 읽을 땐 “북카페”, “독서” 등을 검색한다. 그러면 갖가지 꾸러미들이 나온다.
가사가 있는 노래들은 책에 집중하는 걸 방해하기 때문에 주로 피아노 곡, 기타 선율로 연주되는 음악들이 선택받는다. 내가 일상에서 클래식을 접하는 건 딱 이 정도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한 콘서트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슬라국제예술제 프리뷰 콘서트 - Hasla in Seoul
일시: 2025년 6월 5일(목) 오후 7시 30분
장소: GS아트센터
연주: 트리오 하슬라 (후미아키 미우라, 송영훈, 조재혁) 외
프로그램: 브람스, 피아노 삼중주 1번 외
오... 클래식 음악... 흥미롭군. 하슬라가 뭐지? 일단 재밌겠다. 취미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친구도 마침 시간이 된다고 하여 함께 가게 되었다.
공연 시작 전 조재혁 음악감독님이 나오셔서 몇 가지 설명을 해주셨다. 하슬라는 강릉의 옛 이름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모이다 보니 예술제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투가 굉장히 우아하셔서 집중해서 듣게 되는 분이었다. 뒤이어 하슬라 트리오 연주가 시작됐다.
무려 40분 동안 쉬지 않고 총 4악장으로 구성된 브람스의 작품을 연주한다. 공연 팜플렛에서 말하기를 1, 2, 3, 4악장이 각각 다른 분위기라고 했는데 실제로 다 느껴지는 바가 조금씩 달랐다. 특히 신비롭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3악장에서는 왠지 모르게 울컥해서 눈알의 3분의 2 정도까지 눈물이 차올랐으나, 다행히(?) 또르륵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세 분이 모두 집중해서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듣는 이에게 어떠한 감정을 줄 수 있는 경지의 연주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이 있었을까 생각했다.
그다음은 임가진과 페스티벌스트링플레이어스라는 팀의 차례였다. 무려 17명의 현악기 연주자 분들이 나와 함께 연주했는데 임가진 연주자 분께서 일종의 지휘자 역할도 함께 하시는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확실히 임가진 연주자님께서는 그 무리를 이끄시는 만큼의 포스와 아우라와... 대단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리고는 여러 사람들 중 상대적으로 더 능숙해 보이는 사람, 아직은 조금 긴장해 보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실수 없이 잘 연주한 사람, 실수도 없고 능숙하게 잘해 낸 사람, 능숙할 뿐만 아니라 즐기고 있는 사람, 그 모두를 이끄는 사람을 보면서, 일터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했다. 나는 어떻게 연주하고 있는 사람일까. 충분히 갈고닦은 사람일까. 그리고 다시 그들을 보니 그저 모두가 존경스러웠다. 실수 없이 잘 연주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였다.
퇴근 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평소에는 잘 접하지 못한 풍경, 소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잠깐, 근데 이건 프리뷰다.
올해 10월에 강릉에서 “찐” 하슬라국제예술제가 무려 일주일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다고 한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스테이지파이터에 심사위원이셨던 김주원 발레리나도 라인업에 계신다! (유일하게 내 눈에 익은 분)
이번 예술제의 키워드는 Gifts and Presents "선물“이라는데, 예술가가 가진 재능(gift)을 통해 연주를 선물 받는 우리의 현재(present)라는 설명도 내 스타일이었다.
올해 10월에 회사 안 바쁘면 잠깐 다녀와야겠다. 또 모르지. 눈물 한 바가지 강원도에 쏟고 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