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화면은 통과 의례

시 쓰기는 처음이라

by 장주인

소설 수업 처음 들었을 때 같은 기분이다. 쓰고 싶다는 마음만 가진채 한 문장도, 단어 하나도 없는 흰 화면 바라보기. 하하.


서울 지하철에는 스크린 도어에 뜨문뜨문 시를 전시해 놓는다. 평소에는 딱 눈앞에 있는 것만 보곤 했는데, 시를 써야 하는 과제를 받은 입장에 처하니 눈이 더 자주 갔다. 환승 게이트까지 가는 길에 하나, 두 개, 세 개 더 보면서 지나가기.


대략적인 주제는 마음속으로 정했다.

인생은 혼자라는 내용.


숫자를 몇 번 누르면 닿을 수 있고

기쁜 일에 응원해 주고

슬픈 일에 위로해 주고


밤이든 낮이든


그런데 숫자판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고


쓰고 싶다. 근데 이것 자체가 그냥 시 아냐?!


어려운 시의 세상.


시 쓰기 수업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이번 주 과제로 읽어보고 오라고 한 시 한 편이 있는데, 아예 그 시집 한 권을 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셨다. 그래서 집 근처 도서관에 책을 예약해 두었다. 내일쯤이면 받아볼 수 있겠지?


이번 주말은 산을 오르고 난 뒤, 시집도 정복해 봐야겠다. 일단 뭐든 쓰고 시라고 우기라고 하셨으니, 잘 우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