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 수업을 듣다

시를 읽는 것은 시 한 편을 내 멋대로 완성하는 일

by 장주인

8주간 시를 쓰는 수업의 첫날이었다. 그간 여러 가지 수업을 들으며 에세이도 써보고, 소설도 써봤다. 소설을 쓸 때는 독자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고, 나만 아는 채로 생략된 것이 많아 이해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내가 특히 어려워하는 부분은 장면을 눈에 보이듯이 묘사하는 것이다. 의견이나 생각을 펼치는 말은 참 쉽게 쓸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듯이 전하는 것은 참 어려웠다. 그럼에도 문학 글쓰기에 대한 좋아하는 마음은 계속 있었기에 꾸준히 읽었다. 에세이를 읽고, 소설을 읽고.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 시를 좋아해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시를 좋아해서 읽어본 적은 있지만. 시의 매력은 뭘까, 궁금했었다.


에세이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이미 마음껏 쓰고 있기에 이번에는 시를 진지하게 배워보고자 수업을 신청했다. 수업을 이끄는 작가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시는 어떻게 읽어도 상관없고, 언제나 모호하며, 늘 타자를 만나야 한다. 읽는 사람이 완성하는 것이다. 정답이 없다.


늘 타자와의 연결을 추구하는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고 느껴졌다. 늘 모호한 것도. 어쩌면 시에서 기대 이상의 재미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설렘. 이날 수업에서 함께 남현지 시인의 시 한 편을 읽었다.


남현지 시인의 <호수공원> 중 일부

눈앞에 호수가 있고
나는 시민과 조경이 익숙한 듯이
벤치에 앉아서

방금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나오다가
묶여 있는 개를 바라보는 회사원처럼
호수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호수는 잘 묶여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건물처럼
고요하게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생각하면서
호수를 따라 걸었다
삼십분 전에 본 사람이
다시 옆을 달리고 있다



중간에 어렵게 느껴지는 표현에서는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시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배경이 내가 익숙한 장소와 닮아 있어서인지 친숙한 기분으로 읽었다.


호수를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하나의 작품이 되었나 보다. 내가 호수를 돌다가 하는 생각들도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그날따라 호수가 묶여 있는 것처럼 보였나? 그리고 나도 어딘가에 묶여있는 느낌이 들었나…


수업을 듣는 다른 사람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또 선생님은 선생님만의 해석을 들려주시는데 여기엔 정답이 없었다. 정답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읽어주는 누구든 완성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온 세상이 그 작가의 편집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다음 주 과제로 시 한 편을 써야 한다.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한 주간 잘 고민해 봐야지.


남현지 시인의 시집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구매 링크


매거진의 이전글흰 화면은 통과 의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