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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재환 Aug 13. 2021

비를 좋아하는 이유

내가 기억이 나는 가장 첫 부분은 집 앞에서 비를 맞고 있는 것부터이다.


그날은 아마도 장마철이라 몇 일째 줄곧 비가 왔고

여섯 살쯤 되었을 나는 쫓겨난 것인지, 아니면 화가 나서 스스로가 뛰쳐나온 건지 잘 모르겠지만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옷이 흠뻑 젖을 때까지 비를 맞고 있다 보니

비를 맞는 게 불편하거나 싫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동네를 조금 걸었다.


걷다 보니 즐거워져서

물웅덩이를 뛰어서 착지하며 물을 튀긴다던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춤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많이 부족한, 춤 비슷한 무언가를 추기도 하면서

그렇게 한참을 시간을 보내다가

집 앞에 도착했는데,

대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이다.


조심히 집에 들어갔다.

집에서 따뜻한 밥 냄새가 났다.

엄마와 마주쳤다.



엄마를 보니 씨익 웃음이 났다.

엄마도 날 보고 씨익 웃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은 처음 먹었을 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인 것 같다. 음식 뿐 아니라 많은 것들이 처음이 어땠냐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지는 것 같다.


요즘도 가끔 비오는 날 차에 앉아서 천장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곤 한다. 툭툭거리는 그 소리가 좋다.

비오는날 반바지차림으로 우산 들고 편의점에 가는 것도 왠지 즐겁다.

그날 많이 혼났다면 나는 비를 좋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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