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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재환 Aug 15. 2021

사랑할이유

혹은사랑받을이유

왜 사랑하는지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 듣는 사람도 납득이 되는 것보다

왜 사랑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어 있더라 하는 게

더 사랑의 본질에 가까운 게 아닐까



사랑받을만해서

사랑할만해서

하는 사랑은 그럴만한 이유가 사라지면 사랑할 이유도 사라진다



사랑은


받을만해서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고

완전하고도 조건 없는

감정이고 약속이며 희생이고 의지이다






연인들 사이에 늘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언제 처음 반했는지, 뭐가 좋았는지 같은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다

그런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가치에 대해 확인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둘 사이의 관계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자신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는지 물어보는 상대에게 좋은 대답은 망설임 없이 10가지 정도 매력을 술술 얘기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 편이었다


"그냥 너란 사람이 좋아서. 어느 날 너를 좋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같은,

그 질문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듣길 원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부족한 대답을 꺼내놓고 뻥진 얼굴을 보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한 대답이 사실이었다


나는 너의 어떤 점이 아니라 네가 좋았고

네 외모가 어떻든

지금 기분이 어떻든

너의 상황이 좋아지든 그렇지 않든

그게 널 사랑하는 마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내가 만들어내는 감정과 결정이 아니라

내 안에 사랑이 생겼다는 걸 발견하고 깨닫게 되는 것뿐이었기에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헤어지고 나면 난감하다


잊을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미워할 이유를

헤어진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내가 널 사랑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것처럼

내가 널 사랑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

 

이젠 네가 날 원하지 않기 때문에

라고, 돌아가지 못할 이유를 되뇌고

되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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