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프랑스 파리의 오래된 건물의 재건축에 관한 것으로 파리의 센 강 주변의 2백 년이 넘는 건물들이 노후되어 재건축에 대한 필요가 있지만, 문화유산 보호와 주변과의 조화 등의 이유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상호 대립하고 있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의 사례는 미국 뉴욕과 보스턴시의 재개발 사례로, 고가철길과 옛 건물을 현재적 편의성과 조화성을 고려하여 성공적인 재개발을 이루어낸 사례에 관한 것이다.
개발과 보존에 대한 주장은 많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그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러한 현 상황에 비추어 개발과 보존에 대한 입장들과 바람직한 발전방향은 무엇 일지에 대한 생각을 꺼내보고자 한다.
1960~70년대 초등학교 미술시간에는 검은 연기가 나는 공장을 ‘발전하는 조국의 미래’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개발론자들은 산업발전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고 안락하게 해 주었음에 주목하며, 자연환경에 끼친 부분적인 폐해 역시 보다 발전된 기술로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 개발론자에게 자연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며, 자연의 적극적 이용을 통한 근대적 개발을 통해 인류사회는 무한한 진보와 더 살기 좋은 미래사회의 건설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개발론을 지지하는 개발도상국들은 부유한 나라를 목표로 최대한의 경제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발전에는 많은 자연자원이 필요하며,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발론이 역사적으로 국가의 진보와 번영을 이끌어 왔으며, 보다 살기 좋은 국가 발전을 만들어왔다는 면에서 여전히 많은 정책의 기반이 되고 있다.
보존론자들은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자연과 문화는 그 자체로서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지나친 개발은 자원의 고갈과 자연의 오염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왔다.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가 그 대표적 예이다. 자연의 변형과 자연의 균형 파괴는 우리를 환경 위기에 마주하도록 하였으며, 최근의 환경 문제의 실태를 보여주는 지표들은 그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며,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임을 주지 시킨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문화적 유산이나 유물도 개발과 보존의 문제 앞에 놓여 있다. 많은 문화유산들이 그릇된 관광 상품화와 개발 수요로 인하여 훼손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보존론자들은 인류의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중요 표본들에 대해서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두 가지 입장이 대립된 가운데 나타난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1987년 WCED(유엔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의 보고서에서 “미래세대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능력을 손상시킴 없이 우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개념 정의가 이루어진 이후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으며, 현세대 사람들 간의 형평성은 물론 현세대와 미래세대 사이의 형평성을 지향하는 이념이며 우리의 모든 경제활동이 자연환경의 수용능력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이념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은 인간에 의한 개발 행위와 환경보전의 양립 가능성이다. 지속가능한 개발은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환경이 지속가능한 개발 방식을 취해야만 인류 생존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며, 미래 세대가 환경자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현세대의 적극적인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민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개발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과 문화를 파괴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이 추진되어서는 안 되며 그러한 개발정책은 인류의 복지와 행복을 증진시킬 수 없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개발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부적절한 개발은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훼손되거나 경제적 수익성만을 위한 지나친 상품화로 많은 손실을 가지고 올 위험이 있다. 반면, 적절한 개발(또는 재개발)은 일자리 창출과 도심활성화, 관광자원의 상품화로 인한 소득 증가, 지역 자산 가치 상승 등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지금까지의 개발에 있어서 효과성과 효율성이 그 가치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앞으로의 개발에 대해서는 개발 환경과 상황이 충분히 고려된 적절한 개발이 추진되어야 하며, 적절한 개발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개발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서 지속가능성과 보존가치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판단의 근거인 자원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재생자원과 비재생자원에 대하여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재생자원의 경우에는 그 사용 속도가 재생속도와 동일하거나 그 이하로 줄어들어야 한다. 자원의 사용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재생 능력의 한도 내에서 이루어져야 지속성이 유지될 것이다. 자원 사용에 따라 발생하는 폐기물의 경우에도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 발생 속도가 자연의 자정능력 속도와 동일하거나 그 이하로 억제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자원의 부존량이 한정되어 있는 비재생자원의 경우에는 사용 속도를 조절하고 소비하는 데 있어 최대 효율을 향상해야 하며, 비재생자원을 대체할 대체자원의 개발과 그 방법을 해결할 기술적 발달이 필요하다.
두 번째 판단의 근거는 자원과 문화유산의 보존가치이다. 보존가치의 평가는 자연과 문화 가치의 보존이 더 큰 사회적 이익에 기여할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개발을 통해 특정한 자원이나 문화유산은 다시 원형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며, 어떤 자원은 현재에는 큰 가치가 없다고 해도 미래에 그 가치가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보존가치를 평가할 때에는 그 가치를 파괴했을 때 생기는 기회비용을 감안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보존가치는 그 대상의 현재의 시장 가격 또는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사용가치뿐만 아니라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가지는 편익에 대한 존재가치를 포함해야 하므로 그 가치를 측정함에 있어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개발을 결정하였을 경우에도 자원의 현재 원형을 어느 수준으로 변형시킬 것인가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발전의 역사를 걸어왔다. 최근의 환경문제는 인류의 존속이 걸린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으나, 앞서 제시한 지속가능성과 보존가치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친 개발은 앞으로의 인류의 역사에도 긍정적인 발전의 발걸음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적 개발을 이루기 위해서는 올바른 개발정책과 성숙된 시민의식이 중요할 것이다. 국가에서 수립하는 개발정책에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개발과 보존에 관한 생각과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며 활용되어야 한다. 또한 올바른 정책이 수립되고 지켜지기 위해서 감시자로서의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며, 먼저 실천함으로써 이웃을 참여시키는 시민들의 역할 역시 중요할 것이다. 관련된 NGO의 역할이 이러한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개발론자들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기득권 세력이었으며, 개발이론 역시 지배계층의 담론으로 존재해 왔다. 개발론자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개발론자들은 여전히 그들의 목적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을 추진하는 당사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은 스스로가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의사 결정하기 쉽다는 점을 늘 주의하고, 윤리성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논리를 앞세워 추진하고 있는 개발 사업이 실질적으로도 지속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이전의 단순 개발논리와는 다른 과정과 결과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정직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