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고 신나게 뛰어오던 아들이
제법 세게 철퍼덕 넘어졌다.
무릎 쪽 바지가 닳아 버릴 만큼이라
아들이 곧 울겠다 예상했다.
나는 괜찮으냐 물으며
서두르지 않지만 늦어지지 않게 다가갔다.
"아야, 무릎이 좀 심한 거 같은데? 으으~~"
다행히 성질부리듯 울지 않았고
당장 자기의 상태를 말하는 기특함이라니.
그때 아들의 곁을 지나가던
네 살 정도의 여아가 몸을 낮춰 눈을 맞추며
갑작스레 안부를 물었다.
"어빠, 겐차나?(오빠, 괜찮아?)"
나는 남의 자식임에도 절로 꿀 떨어지는 눈이 되었다.
내가 그 꼬마에게
걱정해주며 예쁘게 인사해줘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이에 아들이 털고 일어나며
답을 했다.
"아니, 안 괜찮아. 그래도 걸을 수 있어."
손바닥까지 들어 보이며 상처를 확인한다.
처치를 어찌할지 같이 이야기하며 들어오는 길,
일곱 살의 '괜찮지 않다'는 솔직함에
명치가 아렸다.
늘 괜찮다 나를 속여야 하고
괜찮은 척 거짓 웃음으로 포장도 해야 하며
쌓아 놓고 누굴 탓하지도 못하던 시간에
너무 오래 담겨 있었다.
안 괜찮지만 '걸을 수 있다'는 말은
아린 가슴과 달리 뒷골에서 전율이 일었다.
의욕으로 활기찼던 나로 다시 끌어올리고
자의로 삶을 이끄는 희망을 단단히 하려는 요즘,
주변의 다양한 자극이 찔러온다.
늘 있었으나 인지 못했던 신호들이다.
안 괜찮았던 것들을 탈탈 털어 보련다.
그래야 바닥에 쓸린 손바닥을 자세히 살피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듯
제대로 일어날 용기가 선명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