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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May 04. 2022

엄마, 아이의 자랑

3년 만에 가게 된 현장체험학습에

큰아이는 한껏 들떴다.

지난밤에는 같이 사진을 찍자며

얼굴 앞으로 불쑥 핸드폰을 내밀었다.


기본 기능에 게임도 없이

영상 찍는 놀이 용도의 미개통 폰을

체험학습장에 가지고 간다며

준비 중이었다.


왜 갑자기 엄마와 사진을 찍느냐는 물음에

"이 사람이 내 엄마라고 자랑하려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랑이라면 내세울만한 뿌듯함이

있어야 할 텐데 이렇다 할 자랑거리가 없는

나로서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냥, 내 엄마잖아."

이 말에 담긴 신뢰, 믿음, 사랑의 크기를

품에 가득 담으려 아이를 꼭 안았다.


그냥...

이 말의 가벼움이 싫었었다.

뚜렷한 의미도 없어 보이고

별스럽지 않은 이 말을 수 없이 뱉어낸다.

그러다 주춤하며 속을 감추는 이유로 쓰곤 했다.


아이가 하는 말, 행동, 표정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보려 하다가도

이렇게 큰 산이 되어 덮쳐오는 아이의

속내를 대할 때면,


제대로 살자.

잘 살자.

멋을 담아 살자.

라며 나를 다독인다.


아이로 인해, 아이 덕에 도를 닦으며 수양한다.

육아라 하기 민망한 나이의 큰아이는

삶의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은 내가 잘 빚어야 할 큰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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