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가게 된 현장체험학습에
큰아이는 한껏 들떴다.
지난밤에는 같이 사진을 찍자며
얼굴 앞으로 불쑥 핸드폰을 내밀었다.
기본 기능에 게임도 없이
영상 찍는 놀이 용도의 미개통 폰을
체험학습장에 가지고 간다며
준비 중이었다.
왜 갑자기 엄마와 사진을 찍느냐는 물음에
"이 사람이 내 엄마라고 자랑하려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랑이라면 내세울만한 뿌듯함이
있어야 할 텐데 이렇다 할 자랑거리가 없는
나로서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냥, 내 엄마잖아."
이 말에 담긴 신뢰, 믿음, 사랑의 크기를
품에 가득 담으려 아이를 꼭 안았다.
그냥...
이 말의 가벼움이 싫었었다.
뚜렷한 의미도 없어 보이고
별스럽지 않은 이 말을 수 없이 뱉어낸다.
그러다 주춤하며 속을 감추는 이유로 쓰곤 했다.
아이가 하는 말, 행동, 표정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보려 하다가도
이렇게 큰 산이 되어 덮쳐오는 아이의
속내를 대할 때면,
제대로 살자.
잘 살자.
멋을 담아 살자.
라며 나를 다독인다.
아이로 인해, 아이 덕에 도를 닦으며 수양한다.
육아라 하기 민망한 나이의 큰아이는
삶의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은 내가 잘 빚어야 할 큰 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