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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Jan 02. 2019

폭격 맞은 밥상 - ① 짜증 나는 엄마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15


우리는 아이의 제대로 된 식사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을 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스스로 먹으면 좋겠다!
음식에 호기심이 생기면 좋겠다!
    
제가 가진 편식은 없는지, 아이 식사 모습을 너무 빤히 보는 건 아닌지, 아이와 함께 맛있게 먹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보내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여기에 하나 더 더해, 아이가 어떻게 먹든 주변의 지저분한 상황에 대해서도 의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의 생각을 다시 해보면 다음과 같을 겁니다.
     
질질 흘리고 먹어도 / 스스로 먹으면 좋겠다!
얼굴과 옷에 양보하더라도 / 음식에 호기심이 생기면 좋겠다!
    
아이는 온몸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그중에 하나, 음식도 그러한데요. 미치도록 기겁할 일입니다. 외식하러 갔는데 여벌 옷도 턱받이도 없어요. 음식 색으로 앞섶은 재탄생을 합니다. 그러면서 마음으로는 무수히 목탁을 두드렸던 것 같아요. ‘옷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즐겁게 밥을 먹고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집중하자면서요. 
   




질질 흘려도 혼자 먹는다면야!


대여섯 살이 될 때까지 아이는 흘리며 먹습니다. 그로 인해 다소 지저분해 보이는 아이의 식사 모습과 주변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습니다. 어떠한 형태의 식사를 하든지 아이는 음식으로 난장판을 선물하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면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 마음이 참으로 시끄럽습니다. ‘흘리지 좀 마! 똑바로 먹어! 숟가락 뒀다 뭐 해?’라는 뾰족한 마음이 마구 생겨납니다. 최대치로 올라온 짜증을 눌러 담는 시간들도 이어지고요. [참을 인 → 심호흡 → 폭발 직전 → 자책]의 ‘기. 승. 전. 자책’ 고리를 헤맸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식사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했어요. 아마 대부분 엄마가 ‘스스로 잘 먹기’라고 말씀하실 거예요. 저 역시 그러했으니까요. 제 에너지는 정해져 있어서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운다고 더 생기지 않지만 한동안은 지저분함을 고려하고 청소에 대한 엄마의 책임감을 느끼려고 했어요. 
     
둘째 밥을 먹이면서 첫째 육아를 떠올리게 됩니다.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어서 먹여주는 걸 선택했을 때 아이에게 허락되는 것은 새끼 새 마냥 입만 뻥긋거리는 것이었어요. 심하게는 아이 혼자 해보려고 수저를 드는 것조차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어른의 몹쓸 권위로 아이의 식사 자유를 구속하려 했던 것 같아요.

솔직히  짜증이 나는 상황에서 아이를 통제하는 것이 편했어요. 잘 먹지 않아 속을 끓이는데 흘리기까지 한다? 아니, 차라리 내가 먹여주고 흘리는 것은 최소한으로! 청소라도 편히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이상하게 식사 때는 아이가 독립하려는 존재라는 걸 자꾸 잊게 되더라고요. 저처럼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첫째 아이였다면 용납할 수 없었던 둘째의 행동들


아이는 나는 해볼 거야해낼 수 있어엄청 멋지니까!’라며 자신을 인식해요. 아이들은 수많은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성장을 합니다. 그런데 수저 들고 밥 먹는 것을 귀찮게 여기고 엄마에게 의존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면 그깟 청소쯤이야라는 생각이 필요하더라고요. 

청소 때문은 계속 먹여주신다면 자신도 모르는 새 엄청난 깊이의 육아 무덤을 파고 계시는 거예요. 저처럼 엄마 편의를 위한 식사를 고집하시게 되면 아이의 식사 독립이 정말 어려워져요. 기관에서는 혼자 먹어도 집에서는 절대 혼자 먹으려 하지 않죠.
     
아이의 식사는 수유부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밥으로 인식되는 것은 이유식이지요. 엄마 주도의 피딩이냐 아이 주도의 피딩이냐, 두 가지를 섞어서 하는 병행 이유식이냐. 세 가지 이유식 방법의 공통점이 있다면 첫 이유식을 마련하기 위한 자료 조사, 엄마 정성이 더한 차림, 아이 반응에 대한 기대와 염려로 인한 심장의 두근거림 일 거예요.
     
반면 엄마 주도와 아이 주도의 차이점을 찾는다면 아마도, 이유식 단계부터 온전한 식사 독립이 될 때까지 식사 후 청소에 대한 어려움일 겁니다. 첫째 아이의 식사 독립을 위해 들인 시간들을 생각하며 둘째는 아이 주도 이유식을 선택하고 준비했었죠. 그러면서 가장 크게 각오한 것과 가장 힘겹게 느낀 부분은 바로 지저분한 식사와 식사 후 처리였습니다. 엄마 주도 식사보다는 확실히 치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폭격 맞은 밥상 두 번째 이야기어떻게 치우지?]로 이어집니다.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은 밥과 아이를 대하는 엄마 마음과 아이 스스로의 식사 선택을 전제합니다. 입 짧은 첫째와 먹성 좋은 둘째를 통해 터득한 아이주도 식사 해법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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