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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May 25. 2023

사교육 없는 아이의 학습 긍정 시각

학습의 본질을 아는 아이


큰아이 반은 과목별 평가를 자주 본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반 전체가 복습을 더 하고 준비해서 재시험도 본다. 담임의 열정을 알 수 있는 일 중 하나다. 내가 원하는 ZERO에서 출발하는 교육을 실천해 주시는 분이시다.


담임은 특히 수학과 사회에 집중하신다.

수학은 어디까지나 초등 수학의 전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면서 중학 수학을 위해 기초를 탄탄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더 복잡해지고 깊어질 중학 사회를 위한 수단으로 초등 사회는 포괄적인 배경지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받는 시험 긴장과 스트레스는 고정된 투정과 질문이 된다.


엄마, 내 빵점 맞아와도 돼?

아~ 했는데도 잘 못 받으면 어떡해~~~


그럼 나도 거의 고정된 대답을 해준다.


빵점 맞기 어려운데, 괜찮겠어?

네가 몇 점을 받아도 돼.

중요한 건 점수의 질이야.


노력을 해서 다섯 개 맞는 거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섯 개 맞는 거랑

어떤 상황을 네가 더 잘 받아들일까?


노력을 했는데도 안된다면

잘되지 않는 부분을 보충하면 되잖아.

다섯 개나 맞았네? 다섯 개는 왜 틀렸지?

내가 뭘 모르고 있지?라고

점검하면서 너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그런데 아무런 노력도 없이

다섯 개나 맞았는데 무슨 불평을 할 수 있을까?

네가 스스로 편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 일 수 있을지

엄마는 의문이 드네.


어떻게 하는 게 네게 좋은지 이미 넌 충분히 알고 있어.


Image by StockSnap from Pixabay



시험이 있는 날이면 더 힘차게 등교 인사를 해준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받으면 그제야 아이 광대가 반짝인다. 아이는 이미 점수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말에서 드러난다.


엄마!! 나 사회 3개밖에 안 틀렸어.

85점이나 맞았다고!!!

○○를 물었는데 ●●랑 너무 헷갈리는 거야.

그래서 교과서를 보니까 똬!!! 다 있어.

내가 용어가 헷갈렸던 거야.


엄마!! 나 수학 5개 틀렸어!!!

그런데 왜 틀렸는지 다 알아냈어!!

곱셈을 자꾸 실수해. 때론 빼기도 ㅋㅋㅋ

문제를 대충 읽는 것도 문제 더만.ㅋㅋㅋ

아~ 이 뿌듯함이란. 으하하하


엄마! 나 영어 단어 지난번 보다 3개나 더 맞았어.

웬일이야? 갑자기 시험 친 거란 말이야.

내가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외웠던 말이지~~

이럴 줄 알고 했던 건가 봐.

아놔, 나 좀 천재인 듯? ㅋㅋㅋㅋㅋㅋ


결과에만 집중하지 않고 원인과 과정들을 살피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하다. 엉뚱한 셀프 칭찬은 아이 삶의 활력이다. 큰아이는 자신을 향한 신뢰가 굉장히 높다. 자신은 잘 해낼 수 있다는 긍정성도 높고. 셀프 체크를 하는 아이는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한다. 그 상황을 잠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얼마 전 교육 다큐를 보고 있는데 아이가 곁에서 잠깐 보더니 한 마디 했다.


"아, 더 노력해야겠는걸? 나중에 큰 좌절로 힘들지 않으려면. 근데 뭐 저렇게까지.... 그래도 나 자극 좀 받았어."


현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다큐였다. 교육격차, 야밤의 사교육 현장, 교사의 현실적 괴리감 등이 담긴 다큐였다. 아이와 함께 본 장면은 고등학생들이 공부에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는 모습이었다. 매일 학교 가는 걸 즐기고 학교를 무슨 놀이공원처럼 들뜬 상태로 다니는 아이에겐 낯선 풍경이었을 테다.


나는 아이의 다른 과목은 코칭만 할 뿐, 수학은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한다. 내가 너무 편안해서 그런가? 아이의 엉뚱한 에너지를 따라가기 벅차다. 진정시키고 주의를 환기시키며 붙잡아 두면 내 속이 끓는다. 장난 반, 진지함 반으로 다독이면 또 따라오며 시간을 채운다. 내가 복습과 적정 교육의 힘을 믿기에 아직은 사교육 없이 지낼 수 있다.


아이의 학습력을 상승시키려면 평소 아이의 학습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무엇에 얼마나 흥미를 보이는지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는지 체크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부족한 것도 넘치는 것도 보인다. 그럴 때 아이의 수준에 필요한 자료를 제시하면 학습 효과가 높아지고 긍정적인 자세로 수행한다.


주요 과목 사교육은 반드시 아이의 선택이 우선이다. 지금처럼 스스로 해내는 힘을 길러 놓는 게 먼저이다. 부족한 부분은 EBS로 보충하고 그래도 힘겨우면 엄마 붙잡고 늘어져서 해결하면 된다. 그래도 벅차고 안되면 인강, 그래도 힘겨우면 필요한 학원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지금처럼 자신을 객관화하는 메타인지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인강까지가 최대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학습력을 바라보는 아이의 긍정성이 있기에 가능한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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