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떠오르고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조용히 사는 삶에 그들이 불쑥 찾아오는 건 내가 받았던 상처보다 내가 지은 잘못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마음에서 덜어지지 않는 크고 작은 일들이 그들에게는 큰 상처가 되어 남겨졌을까 지나온 생을 돌이켜 후회한다.
또 잊을만하면 떠오르겠지.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면에 묻혀있던 사건들을 들추게 된다. 웃음으로 승화시켜 아이들에게 공감을 사더라도
그 시절 그 순간에 놓이면 참으로 철이 없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반성을 반복하며 지낸다.
외면하고 회피하고 숨기는 마음이 그렇다.
짐으로 남겨졌거나 스스로 짊어진 무게를 감당하는 동안 나는 벌을 받는 심정일테다. 덜어지지도 잊히지도 않는다. 꽤 소심한 사람이 되었다. 서로 할퀴다 돌아선 존재일지라도 움츠러들어 숨는다.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