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외침, 어린 날의 기억
제가 어릴 때, 동네에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다툼과 사고들은 그저 아이들 세계에서 사회성 형성의 일부였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의 반응은 때때로 그 세계를 너무 빨리 판단하고, 누군가의 잘못으로 규정하곤 했습니다. 저녁 식사 전이면 약속이라도 한 듯 동네 중심에 모여 나이 터울 없이 어울려 놀았습니다. 서로 부딪히고 넘어져도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다치더라도 괜찮았습니다. 그저 놀고 싶었고, 신나게 뛰어다니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보다 두어 살 어린아이 K가 저와 다툼이 있었습니다. 저는 화가 나서 K의 손목을 움켜쥐었고 빨간 자국이 남았습니다. K는 제 손을 뿌리치고 서럽게 울며 엄마 뒤로 숨었습니다. 그리고 들려온 K 엄마의 날카로운 외침.
"내 새끼 왜 울어, 누가 울렸어? 이게 뭐야! 누가 다치게 한 거야? 어? 너야? 아니면 너야?".
상처 없이 붉어지기만 한 손목을 들이밀며 울음을 무기로 삼은 K가 얄미우면서도 두려웠습니다. K의 억울한 울음이 저를 탓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거라 예감했습니다. K의 엄마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이 일이 제 어머니에게 전해져 제가 혼날까 봐 두려웠습니다. 한편으로는 K의 엄마가 K를 그렇게까지 보듬고 지켜주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솜털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엄마의 태도는, 제게는 누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어머니는 저를 야단쳤습니다. 저는 왜 양쪽에서 다 야단을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툼은 흔한 일이었고 상처가 나지도 않았는데 상대 아이의 울음은 저의 잘못이 되었습니다. 제 어머니는 왜 그런 저를 감싸주지 않고, 제 편이 되어주지 않는지 오히려 억울하고 속상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연고를 손에 쥐여주며 그 집으로 사과하러 가라고 했습니다. 발걸음은 무거웠고, 씩씩거리면서도 고개를 숙이고 사과해야 하는 현실이 분했습니다. 서러운 눈물이 바닥에 툭 떨어질 때, 세상이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엄마의 죄책감, 아빠의 방식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