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조평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 이 네 가지를 줄인 말입니다. 처음엔 재미있는 말장난 같지만, 곱씹을수록 가시처럼 아픕니다. 관계를 단절시키는 벽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설픈 충고나 편향된 판단이 관계에 상처를 남긴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이가 약자에게 너무 쉽게 던지는 말들입니다. 특히 부모가 아이에게 건넬 때, 그 무게는 훨씬 더 무겁습니다.
제가 제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아이 마음속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음을, 그제야 깨달은 육아 초기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첫째 아이의 네 살 시절. 그날도 평범한 주말 아침이었지만, 저는 그것이 단순한 신경전이라 여겼습니다. 아침에 아이에게 물어, 먹고 싶다는 반찬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는 포크를 들고 밥을 한 번 찔러보더니, 갑자기 졸려서 못 먹겠다고 했습니다.
밥을 먹지 않기 위한 핑계이자 거짓말이라 생각했지만, 속는 척 웃으며 보내주었습니다.
제가 밥상을 다 치우는 소리를 듣더니, 방에 엎드려 있다가 쪼르르 나왔습니다. 우유가 먹고 싶다는 아이에게, 아침밥을 안 먹었으니 안 된다고 했습니다. 나가서 놀고 싶다는 요구도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아빠에게 가서 울며 이릅니다. 남편은 밥을 먹으면 되고, 그러면 다 할 수 있다고 달랬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고기반찬을 정성껏 준비했는데 왜 졸리다고 먹지 않고 방에 들어갔니? 심지어 자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거니?" 라며 몰아붙였습니다.
아이는 제 잔소리에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입꼬리는 살짝 내려가고, 눈동자는 바닥에 고정됐습니다. 조용히 움츠러든 어깨가 서운함과 억울함을 말없이 대변했습니다.
입술을 앙 다물고,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남편은 아이를 계속 달래고, 아이는 "잘 안 돼"라는 말을 반복하며 울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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