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여느 때처럼 식물 이야기를 나누며 둘째 아이의 하교를 맞이했습니다. 꽃다지, 주름잎, 봄맞이꽃, 괭이밥 등 낮게 피어 자잘한 꽃들은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며 한들거렸지요. 그 사이, 우람하게 씨앗을 품은 민들레들이 많아 아이가 반가워했습니다.
구름 같은 민들레 씨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야만 합니다. 줄기를 꺾지 않은 채 발끝으로 살짝 건드려 씨앗을 날려 보냈습니다. 그렇게 바람을 태우는 놀이는 철마다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법 괜찮은 봄놀이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늘 즐겁습니다. 잘 날아가라고 인사도 빼먹지 않고요.
그러다 지나가던 동급생이 몇 마디를 했습니다. "어머, 쟤 왜 저래? 왜 발길질을 해? 민들레가 적은 아니잖아?" 곱지 않은 말투가 귀에 새겨졌습니다. 말이 바람처럼 스쳐갈 수도 있었지만, 저는 그 말이 닿았을 아이의 마음이 걱정되어 얼굴을 조심스레 살폈습니다. 서슴지 않게 뱉은 동급생의 말이 제 마음에 잠시 맴돌았습니다.
손으로 씨를 날리면 괜찮고, 발끝으로 날리는 건 왜 안 될까요? 아이와 함께한 놀이는 그저 순수한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니, 문득 마음에 파문이 일었습니다. 아이에게는 그저 섬세한 봄놀이였을 뿐인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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