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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Aug 02. 2020

'아직은' 안 먹는 아이 주도 식사일 뿐!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36

첫째도 그랬고 둘째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놀이터에 빈번히 나갔습니다. 누군가는 아이에 대한 관심으로 접근해서 저희 아이들 나이를 묻고 아이 행동에 한마디씩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물음들입니다. 

"너 두 살이면 이제 잘 걸어야지." (개월 수에 상관없이 막 던지는 고정 멘트)
"너 세 살이면 이것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거야." (세 살도 다 같은 세 살이 아님을 망각한 고정 멘트)
너 네 살이나 됐는데 이것도 못 해?” (4살이 40살도 아닌데 무리한 요구를 하는 멘트)

아이는 머뭇거립니다제가 가만히 있으면 그 물음에 동조하는 것이라 제가 대신 답을 합니다못 하는 게 아니라 아직은 안 하는 거예요.” 제 대답에 아이를 향한 물음 같은 아리송함은 또 이어집니다. “네 살이면 할 줄 알아야 해.” 제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으면서 아이를 향한 말은 계속됩니다이쯤이면 단편적인 것만 보고 항상 판단하고 그것이 절대적인 것처럼 말을 하는 사람들에겐 상관 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옵니다그러나 아이를 대변해도 충분한 상황이라 마지막 말로 마무리합니다.


아이마다 발달 차이가 있기에 꼭 지금 할 필요는 없죠언젠가는 하게 될 거라 저는’ 신경 쓰지 않아요.”


 

활동이 다소 정적이다. 그래서 타인이 보기에 '못 하는 것'이 많다.



충고와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불쾌한 오지랖을 펼치는 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 점잖은제 아이를 위한 방어 법이에요. 여러분은 어떠한 방식으로 아이를 커버해주시나요저는 제3자가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느린 성장과 발달에 아이 앞에서 불안을 잘 드러내지 않아요.



"이것만 먹어도 될까? → 뭐 애가 배부르다잖아. → 남은 거 버리기 아까운데 → 밥이 숟가락 위에 예쁘게 앉아서 기다린다. 네 입으로 들어가려고. 이 밥만 먹을 수 있을까? → 먹는다면 먹이고 안 먹는다면 끝."


여기까지가 제가 할 일이며 아이의 선택을 무시하면서까지 쫓아다니지 않습니다젓가락을 사용할 시기가 된 듯해서 건네줍니다큰아이를 따라 하겠다며 애쓰다가 젓가락을 타고 반찬들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잘 안된다고 징징거리고 식사가 즐거워지지 않게 되면 그냥 포크를 주면서 잘 안되면 손으로 먹으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아이가 아직은 다 비워내지 못할 만큼 밥을 담은 나.
아이가 아직은 소화하지 못할 음식을 준비한 나.
아이가 아직은 입에 넣어 씹을 적당한 크기를 찾지 못한 나.
아이가 아직은 배고프지 않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 차린 나.

 


제 탓을 하려는 건 아니에요이것도 잘 못 맞춰 주었고 저것도 못 했고이것마저 부족하다는 식으로 화살을 본인에게 돌리면 잘하던 것도 못 하게 돼요위에 나열한 네 가지 마음은 아이에게 알맞은 적당함을 아이 기준이 아니라 제 기준에 맞춘 것은 아닌지 늘 살펴 점검하는 여러 생각 중 식사에 대한 일부입니다. 


큰아이가 국을 안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예요제 기준에서는 따뜻한 국에 밥이랑 같이 먹으면 속이 더 든든해지겠죠그러나 아이는 아직은 든든함을 느끼고 시원하다는 국밥의 의미를 알기엔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과 형태를 아이는 싫어할 수 있고 의외로 부모가 잘 먹지 않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어요.  


못 하는 것은 해야 하는 시기에 아이를 맞추고 아이의 능력을 의심하는 수동적인 의미라고 생각해요. ‘안 하는 것은 할 수 있다는 믿음에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능동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고요식사의 모습뿐만 아니라 육아 전체에서 그림을 그려보셨으면 합니다. 


이 짓을 5년 후에도 할까? 10년 후는당장 1년 후에도?’라고요.


 

밥 한 입에 의자 오르내리기 두 번을 해야 다음 한 입을 먹는 둘째. 신나서 한 그릇 뚝딱!


요즘 작은 아이의 식사 행동반경이 참 넓습니다조잘대고 온몸을 흔들거리며 놀다가 입에 담긴 음식이 사라지면 다시 와서 한 입 먹고 또 몸 놀이를 합니다가만히 붙잡아 두기엔 먹는 재미와 먹어야 하는 의미(배고픔)를 알기에 스스로 선택한 행동들이라 뭐라 할 수 없습니다억지로 앉아 있는 것도 아니었거든요자신이 지금 왜 즐거운지 이유도 설명해주는 아이라서 행동이 납득됩니다이건 몇 살이건 상관없다고 봐요


이유식기에서 유아식기로 넘어가는 2세 전반이나유아식이 자리 잡는 2세 후반이나 아이의 평생이 지금과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시면 돼요평생 이렇게 난장판이 될 거 아님을 알기에 일 년 후아니 당장 내일이나 오늘의 저녁때라도 번잡스럽게 행동하지 않을 거라 믿기에 작은 아이의 행동을 묵인합니다다만너무 심하면 이유를 들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지요.

  


아이 주도 식사를 해보겠다며 용을 쓰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면그 중심에 항상 큰 아이가 있습니다집에서는 식사 때 가만히 앉지 못해서 안달이던 아이가 유치원에서는 단 한 번도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앉아있었습니다먹지는 않고 자기 주변 아이들의 식사를 엄마 눈빛으로 바라본다고 하셨던 선생님 말씀은 충격이었습니다그러다 잘하는 친구를 샘내기보다는 잘한다 칭찬해주고 같이 좋아하는 아이의 성향이라 헛웃음이 흘렀습니다


상담 후에 아이와 이야기를 했습니다이왕 같이 앉아있는 거라면 아이들처럼 먹는 건 어떠냐 말해주었죠아이가 대답합니다. “친구들이 먹는 게 신기해서 계속 보게 돼그러면 밥을 안 먹게 돼.” 친구들 보다가 자기 밥 먹는 걸 잊는다는데 뭐라고 해야 했을까요


아이가 식사 때 느끼는 재미는 친구들이 잘 먹는 걸 보는 것이고 그 속에서 먹어야 하는 의미를 아직’ 찾지 못했던 거예요유치원 급식에서 먹어야 하는 의미를 찾아 충족시켜주면 되었습니다맛과 멋을 더한 식사에 더 집중했던 시기가 떠오르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안 하는 것임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우리 자신이 온전히 육아에 담겨있는 동안 지속해서 아이 주도라는 말을 많이 접하게 될 거예요아이의 모든 시간은 주도적입니다주도적이란 것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잖아요도움 줄 수 있는 만큼 도움을 주는데도 우리의 예상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면 그 또한 아이의 선택이기에 믿고 기다려주세요조금은 넓은 시야로 아직은 그것을 안 먹겠다.’ ‘아직은 그것을 안 하겠다를 선택한 아이의 주도성을 말이죠.



https://cafe.naver.com/anbabp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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