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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May 31. 2020

아이 식사, 국밥은 아무 죄가 없다!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35

우리네 밥상 차림의 기본은 밥, 국, 반찬입니다. 아이 주도 식사를 위한 출발에서는 반찬과 국으로 구분하지 않고 차려지는 게 다반사입니다. 그러나 아이 주도 이유식을 넘어 유아식으로 바뀌는 시점에는 어른들이 먹는 것 중에 아이들에게 해롭다 생각되는 것만 덜어내고서 간만 달리한 차림을 고민하게 되죠. 스틱형 음식으로 아이 주도 이유식을 시작했던 아이들은 스스로 구토 반사를 겪으면서 입에 넣는 음식의 크기나 양을 가늠하면서 먹는 방법을 찾아갑니다. 아이 주도 이유식을 잘했다 해도 원인을 모른 채 아이 주도 이유식이 잘 안 되기도 합니다. (유아기 전반이 푸드네오포비아 시기와 겹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먹여보려 가장 쉽게 찾는 것이 ‘국’인데요. 이때 따르는 조언이 있습니다.     


“밥을 먹일 때 국에 말아서 먹이지 마라”


사실 꼭꼭 씹어 먹게 되면 유익한 것들이 많은데요. 대게 음식을 씹어 크기를 작게 하는 이유는 소화액이 닿는 면적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입속 타액은 음식물의 1차 소화액으로서 잘 씹어진 음식에 충분히 그 기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입에서 잘 씹어져서 넘어간 음식은 위에서부터 시작되는 소화 흡수에 있어서 소화기관의 부담을 줄여주는 이점도 있죠.

한 녀석은 국물이 한 녀석은 건더기가 많던, 국이 있던 어느 날 ⓒ지예


국에 말아서 먹게 되면 그냥 밥과 국으로 구분해서 먹을 때 보다 상대적으로 씹는 횟수가 줄어들고 그냥 삼키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국에 말아 먹이지 말라는 의미가 아이들의 소화력이나 흡수력을 고려한 조언인 것을 앎에도 접할 때마다 자꾸 묻게 됩니다.


“그거라도 먹는 아이는 어떡하나요?”

“안 먹는 아이 키워 보셨어요?”

   

가시가 돋친 삐딱한 물음입니다. 국에 말아서라도 어떻게든 먹여보려는 양육자에게는 씹지 않고 삼키면 소화 흡수가 잘 안 된다는 우려는 사치입니다. 그렇게라도 먹여 조금이라도 영양소 흡수가 되도록 하는 것이 아예 먹지 않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잘 씹지 않거나 너무 부드러워서 후루룩 넘어가는 음식이 소화 흡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영양소 섭취에 큰 무리가 없도록 방법을 생각하면 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진밥과 국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아이의 배변을 보고 수분을 많이 머금은 진밥이 소화 흡수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덕분입니다.

   

사골 국에 순두부 넣어 건더기와 영양을 더하다 ⓒ지예

국물을 좋아하는 아이를 둔 엄마 누구나 걱정하는 게 있죠. 영양이 될 만한 건더기를 잘 먹지 않는다는 것, 국물에 영양소가 잘 우러나서 국물만 먹어도 될까? 입니다. 적절한 방법을 제안해봅니다.  


첫째국물의 양은 줄이고 무른 건더기들을 많이 담는 것도 좋습니다. 밥을 국에 말아서 먹는 것이 아니라 넉넉한 건더기에 비벼 먹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인데요. 밥을 비비고 나서 부족한 국물은 이후에 조금 추가만 해주는 거죠. 고깃국이라면 덩어리 고기가 아니라 다짐육으로 완자처럼 넣으면 으깨어서 밥과 함께 먹기 괜찮습니다. 둘째진하게 우려낸 국물은 영양소가 풍부하지 않아요. 솔직히 수용성 단백질이 우러나서 국물에 영양이 가득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여전히 건더기에는 물에 녹아나지 않는 영양소들이 뭉쳐있습니다. 국물을 먹고 건더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제대로 먹은 음식이라 할 수가 없어요. 앞서 제안해 드린 것처럼 건더기를 무르고 부드럽게 해서 국물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국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국물에 의지해 밥을 그냥 삼키지요. 꼭꼭 씹어 먹으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입에서 사라져요. 부드러워서 잘 넘어가기 때문에 순식간에 먹게 되는데요. 제 둘째 아이가 그렇습니다. 30개월부터 근 9달을 깨작거리면서 적은 식사를 하는 둘째는 국만 있으면 식사에 무리가 없습니다. 무슨 국이든 상관없습니다. 국이 적당히 식기를 기다렸다가 밥을 바로 말아서 꾹꾹 눌러 입에 넣기 바쁩니다. 그런 경우에는 산해진미 반찬이 있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제 큰아이는 국물 요리를 크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씹고 뜯는 적극 식사파입니다. 국을 준다면 숟가락에 묻은 밥알을 떼는 용도로만 살짝 적실뿐입니다. 대신에 건더기를 조금 건져 먹고요.   


국을 억지로 먹일 필요도 없지만, 국을 되도록 먹지 않으려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국도 아이의 선호 정도에 따라 내어주는 하나의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고 하죠. 일주일의 식단을 생각하세요. 국이 있고 없고 상관 말고 국 하나만 먹인다면 그 안에 영양이 될 것이 충분한지, 국을 대신한다면 반찬 영양은 괜찮은지를 일주일 총 21끼에 나누세요. 일주일간 내 아이가 3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했는지가 중요해요. 그리고 배변 활동도 살펴보시면서 한 끼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건 아닌지 적어서 비교하면서 편안한 끼니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http://cafe.naver.com/anbabp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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