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34
이유식은 보통 생후 6개월부터 시작합니다. 아이는 먹는 것인지 놀 거리인지 모르게 혼자서 들고 만지며 아이 주도 식사를 위해 연습을 합니다. 이유식을 하지만 엄연히 온전한 식사가 되기 위한 연습 시기이기에 아이의 주식은 모유나 분유입니다. 돌이 지나면 이제 음식을 주무르고 만지는 흥미를 넘어 입에 넣고 삼켜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도록 아이 주도 식사를 위한 도움을 주는 시기입니다. 생후 1년, 아이의 신체 성장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엄청나게 많아집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증가하면서 뇌 발달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요. 두뇌에서 시냅스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아이들이라 가만히 앉아 눈만 굴려 사물을 인지하는 중에도 에너지는 소모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양소 꽉 채운 식사에 더 신경을 쓰지만, 고민도 생깁니다. 혼자 고민하기도 벅찬데 주변에서 더 거듭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가는 온라인에서도 지인들도 모두 말은 쉽게 합니다.
<나의 고민>
아이의 주식은 밥이 되어야 한다. → 그런데 여전히 아이는 수유 중이다.
단유를 해야 한다. → 이마저도 안 먹으면 어쩌나 싶어 모진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주변 조언>
모유(분유) 끊어라. / 생우유 먹여라.
주변의 말은 아이의 성장과 심리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밥을 먹이기 위해 배를 고프게 하는 방법으로 단유를 하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단유인가요?
단유를 위해서는 첫째, 아이에게 더는 모유나 분유가 주식이 아니어야 해요. 둘째, 일주일 식단을 살펴 3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식사를 잘하는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유식을 하는 동안 아이가 세상을 향한 호기심 중의 하나인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는 것인데요. 든든한 식사가 원활히 되고 간식(분유, 보충식)까지 모두 채워져서 수유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을 때 무리 없이 단유 계획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시기가 정확하게 생후 1년에 맞춰지지는 않아요.
저는 건강상의 이유로 둘째의 온전한 모유 수유는 생후 단 3개월만 했어요. 이후에는 모유 먹이는 것보다 번거로운 분유를 먹여야 했습니다. 분유통에 제시된 대로 하루에 먹어야 할 양과 횟수에 집중했습니다. 아이는 정해진 양보다 덜 먹기도 했고 제시된 양보다 더 많이 먹어서 걱정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당시 수유 텀과 수면 교육이 육아의 최대 화두였어요. (지금도 여전할 겁니다) 그것을 따르는 것이 편한 육아이고 현명한 엄마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육아의 정답은 본인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은 제게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그래서 첫째 아이 키울 때와 다르지 않게 수유와 수면은 온전히 아이에게 맡겨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분유를 많이 먹거나 자주 찾을 때 그대로 줬습니다. 아이의 마시는 욕구는 12개월이 지나면서부터 더 강했습니다. 아무리 더 마시려 한다 해도 식사 차림은 놓치지 않았어요. 분유 먹었으니 이번 한 끼는 건너뛸까? 라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것인데요. 아이에게 보여주는 음식의 종류만 제가 선택할 뿐, 먹는 양이 충분하지 않은 아이 주도 식사라 하더라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유도 이어갔습니다. 밥보다 분유를 더 많이 먹는 날도 허다했어요.
그만 먹여야 한다, 생우유로 갈아타야지 뭐 하는 거냐 등의 우려 섞인 말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오지랖이에요. 말 없는 미소로 견뎌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온전히 맡긴 수유라지만 밥도 먹는 상황에서 분유를 그만 먹을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도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서 단유의 길을 찾으려 했습니다.
1. 우유를 보여주기
본격적으로 먹여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우유 배달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우유를 잘 먹기 시작해야 일정한 주기로 소비되는 양과 개수를 파악할 수 있으니 그때 해도 늦지 않거든요. 아이와 산책하다가 우유 하나 사러 같이 들어가서 괜히 설명해줬어요. 집에 와서는 돌 전에 연습시킨 빨대 컵에 넣어 색을 보여주고 맛을 보게 했어요. 말을 하지는 못해도 엄마가 하는 말의 느낌은 아니까 분유 말고 우유를 먹어보자며 권유도 했었네요. 초반에는 뱉어내고 고개 돌리며 우유를 거부했어요. 그러면서 분유를 더 찾았죠. 첫째 때의 단유 공포가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했어요. 아이 주도 식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자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듯, 모유나 분유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우유라는 대안을 제시해주고 자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대안 음료를 찾는다고 단맛이 나는 가공된 우유를 주는 것은 피하시기 바랍니다. 우유 하나(200mL)에 바나나 반 개나 딸기 두 알 넣어 갈아서 주면 단맛이 부담 없으면서 향이 나는 바나나 우유, 딸기 우유가 됩니다.
2. 분유 비율 조절하기
마지막 분유통을 뜯으면서 이것만 먹이고 더는 사지 않길 바랐던 때가 생후 15개월입니다. 밥 세 번을 규칙적으로 차려 식사 시간에 익숙해졌고요. 다소 발달이 느려서 혼자 걷기 위해 낑낑대던 시기라 에너지를 채워주어야 했습니다. 분유의 양을 서서히 줄이는 만큼 나머지는 우유로 보충해서 주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기다렸다 먹는 분유+우유보다는 바로 내어주는 우유를 더 선호했어요. 우유의 비릿함을 싫어한다거나 모유와 섞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상황이 좀 달라지기는 합니다. (우유의 비릿함 때문에 먹지 않는다면 위에서 말씀드린 과일 우유를 만들어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3. 분유통 위치 바꾸기
첫째는 모유로 키웠기에 우유로 넘어가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분유 단유도 마찬가지로 긴장되었습니다. 분유를 끊기 적합한 시기와 방법을 검색해보았습니다. ‘밤에 분유통을 치워 자취를 감추어라.’ 첫째 아이가 모유에 집착했던 것처럼 어쩌면 둘째도 분유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는 데 도움을 주는 매개체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모질게 할 수 없었습니다. 제게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분유통을 일부러 치우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늘 익숙한, 고정된 위치에서 여기저기 아이 시야에 들어오는 곳으로 옮기다가 싱크대 상부장으로. 마지막에는 냉장고 위에 올렸습니다. 이렇게 한 덕분에 분유는 사라지지 않고 항상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도록 한 것 같아요. 아이는 분유를 달라고 보챈다거나 떼쓰지 않았습니다.
4. 빨대 컵 사용하기
젖병이 애착 도구가 되면 단유를 하고 분유를 먹지 않아도 보리차를 젖병에 담아 먹는다고 합니다. 빨대 컵을 꼭 사용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도록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하나로 내어주었습니다. 음용을 위해서는 젖병뿐 아니라 일반 컵도 사용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많이 보여주고 사용을 권해보는 것도 반복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젖병에 대한 집착은 없었습니다. 두 종류의 빨대 컵을 두고 하나는 물을 담아 먹이고 다른 하나는 우유를 담아 먹이며 구분해서 연습한 효과도 한몫했습니다. 제가 나서서 빨대 컵 사용하는 시범을 보였고 첫째 애까지 거들며 알려주었습니다. 셋이 나란히 앉아 빨대 컵에 보리차 담아 놓고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5. 우유와 두유 번갈아 먹이기
분유나 모유 말고 음용할 것을 찾을 때 꼭 우유가 아니어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아이는 우유의 비릿함에 무척 예민했기 때문에 둘째 아이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모유와 분유는 생각보다 탄수화물(당)이 많이 들어 있어서 달아요. 기본적인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서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두유를 먹이는 걸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우유와 두유를 한 곳에 같이 쟁여두고 아이가 선택해서 먹도록 했습니다. 3세 때까지는 엄청난 양으로 우유만큼 두유를 먹었어요. 36개월부터는 본인의 의지로 두유를 선택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두유를 먹임에 있어서 많은 분이 여아, 남아 구분 없이 ‘식물성에스트로겐이 성조숙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로 고민하실 거에요. 영유아기의 체내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성인의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다르게 콩의 이소플라본(식물성 에스트로겐)과 친화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두유를 먹는다고 해도 몸이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흡수하지 못합니다. 결론은, 영유아기 두유 섭취는 성조숙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콩으로 만든 음식이 인체에 끼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두유와 두부로 가공될 때 들어가는 식품 첨가물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어느 누가 먼저 이끌어서 단유가 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의 형편을 고려하고 아이의 성장 속도와 심리가 우선이어야 합니다. 거기에 우리는 아이 눈치를 살피며 늦지 않게 필요한 것을 제시하고 반복하는 것을 같이 하면 됩니다. 단유는 밥을 안 먹는 아이에게 밥을 먹도록 하려고 수유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식사를 제대로 하는 덕분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어 수유를 중단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천천히 한다 해서 문제 될 것도 없어요. 육아를 위한 검색의 끝은 결국, 나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이니까요. 저는 분유통 위치 바꾸기를 선택했지만, 분유통과 젖병을 싹 치우고 아이 눈앞에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여러분에게 맞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제시하는 방법들은 육아에 참고 사항만 될 뿐, 맹목적인 따름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으로 적어간 이 글이 단유로 고민하시며 방법을 찾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