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아이 식사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셨을까요? 건강을 위해 등장한 여러 식사 유형들이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 저염식, 비건 등 본인이 선택해서 실천하며 건강을 유지하거나 찾으려는 방법들이지요. 그중에서도 아이의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새로운 유형은 바로 BLW일 겁니다. 아이 주도 유아식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 그동안 제대로 실천을 해왔고 이걸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끔 생각해요.
■ 아이 식사에 앞서 현실 파악하기
첫째 아이 이유식을 처음 끓일 땐 참으로 신기한 재료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늘 마트에 있었지만 제 관심 밖이라 집에서의 조리가 불투명해서 그냥 지나치는 품목들이지요. 대표적으로 청경채와 아스파라거스, 콜리플라워가 있습니다. 이유식 책에는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설명이 되어있지만 까만 건 글씨고 사진은 설명 없는 그림으로만 여겨졌어요. 익숙하지 않아서 기피하게 되고 무엇보다 가격 때문에 거리를 두었습니다.
이유식을 시작했다는 소식에 지인에게 유기농 식품 매장을 소개받게 되었고 그렇게 해야 옳은 일을 한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가계부가 세어나가는 소리가 들려서 유지할 수 없었어요. 경제 사정 고려하지 않고 아이 먹거리만 신경 쓰다 어른은 누룽지만 먹을 처지가 될 것 같았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의 간식량 단속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생소할 만큼 다양한 과일들에 아이들의 경험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가 샤인 머스킷이라는 품종의 포도를 급식으로 한 번 먹었어요. 둘째 아이 입에는 그냥 포도일 뿐이지만 첫째 아이는 차이를 알아요. 더 먹고 싶으니 사달라며 부탁하더라고요. 포도 한 팩 가격이 햅쌀 5kg과 비슷해서 가계부에 빨간 줄이 그어지는 상황이 그려졌어요.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먹어 치우는 먹성을 생각했을 땐 급식으로 끝내는 게 옳은 결정이라 여기며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둘째에게 무엇이 먹고 싶으냐 물으면 ‘생선’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회나 생선류는 제 식탁에서는 볼 수 없는 식품입니다. 비선호 식품이라 아이들도 학교 급식이 아니면 멸치나 겨우 보는 수준이고요. 먹지 않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가장 싫은 것은 촉감이고 다음은 냄새거든요. 감당할 수 없기에 생선류의 영양소를 대체할 것을 찾는 것이 더 마음 편하더라고요.
앞서 적은 것은 지속성을 가질 수 없어서 포기한 것들의 일부입니다. 주어진 현실(가계경제)을 파악하는 기본적인 일이지요. 흔하지 않은 재료는 쓰지 않아요. 입맛을 고급으로 만들어버리는 비싼 과일이 아니라 흔하디흔한 과일로 영양 보충을 합니다. 먹이지 않지만,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라면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습니다. 제가 이렇게 골라서 먹인다고 제 아이들이 주도적인 식사를 하지 않거나 식습관에 문제가 있는 거로 생각하지 않아요. 까다롭게 자라지 않고 오히려 평이한 식성으로 어디서든 투정 없는 식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지속성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머니, OO가 나물을 잘 먹는가 봐요?” 각각 다른 시기, 두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서 다소 의외라는 듯 동일하게 전해진 물음이었습니다. 첫째 아이의 담임은 내내 안 먹던 밥을 고사리가 있으니까 먹는 모습에서, 둘째 아이의 담임은 유치원 적응의 하나로 급식 거부를 하던 아이가 시금치와만 밥을 먹는 모습에서 놀라신 듯했습니다.
이 물음의 시차가 5년입니다. 5년이 지나는 동안 저는 꾸준히 나물을 반찬으로 유지했고 철마다 빠뜨리지 않았던 겁니다. 유일하게 지속할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이지요. 각자가 노력하며 유지하고 있는 것이 분명 있습니다. 타인의 조언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아이 식사를 돌보는 것이 가장 현실 가능하잖아요. 여러 아이를 길러내신 유치원 선생님의 조언이라 해도 그래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서로 이견을 조율하는 상대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급식을 안 먹던 첫째 아이를 안쓰러워하시며 하원 때, 담임 선생님께서 집에서 밥 한 번 더 차리는 건 어떨까 말씀해주셨어요. 식습관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급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기회를 제공할 수 없었어요. 급식이 아니면 점심은 없다며 아이에게도 말했습니다. 간단한 오후 간식만 챙기면서 배고픔을 느끼고 급식의 필요성을 말하는데 게으르지 않았어요.
첫째 아이와 똑같이 작은 아이도 급식을 안 먹었습니다. 오전 중에 이른 급식을 먹고 1시에 하원 하는 아이라서 첫째 아이때와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원하는 것으로 밥을 차려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했고 첫째 아이때와 똑같이 오후 간식 챙겨주면서 급식의 필요성을 계속 말해주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제가 변해서 다른 선택을 한 경우가 아니에요. 성향 다른 두 아이에게 따로 맞추는 육아를 해온 것이거든요. 내가 아는 것이 정답이라 착각하거나 오만하여 유지하는 고집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육아도 마찬가지예요. 유연함을 가지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죠. 어느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길을 계속 찾는 노력에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배우 성동일 씨께서 자녀와 함께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을 뒤늦게 봤어요. 동행한 어느 아이가 생선회를 아주 맛있게, 제대로 먹더라고요. 성동일 씨 따님이 어쩜 저럴 수 있느냐 할 때 성동일 씨는 기특하게 바라보시더라고요. 그 아이의 식성이 보통의 아이들과 많이 달라 신기해서 그러신 듯했어요. '어른 음식'이라고 하는 것들이 있죠. 이것저것 고루 먹지 않고 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선호한다면 ‘초딩 입맛’이라고도 합니다. 어른들 대부분이 어른 음식이라 할 만한 것을 달콤한 것들만 선호할 것 같은 어린아이들이 즐겨한다면 보는 눈빛이 영상 속 성동일 씨와 같을 거예요.
회를 잘 먹던 아이의 집은 그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왔을 뿐일 겁니다.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음식 준비로 편향되지 않은 식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면서 계속 길을 찾는 것이고요. 인터넷에 넘쳐나는 ‘있어 보이는’ 정보 같은 자랑이나 일회적으로 에너지를 다 소모해버리는 아이 음식 준비에 많이 지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여러분만의 아이 주도식사법을 만들어 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