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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Dec 17. 2020

[아이 주도 식사 #53] 아침 식욕을 깨우는 STEP

아이들이 집 밥을 든든하게 잘 먹길 바라게 되는 요즘입니다. 주말이 되면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는 건 휴일의 습관이 된지 오래에요. 오전 10시 즈음 배가 고프지 않으냐 물어야 '조금?'이라고 말을 하거든요. 평일 아침에도 마찬가지로 이른 시간에는 배고픔을 느끼기 어렵지요. 그런데도 7시 30분이면 아침을 반드시 챙겨 먹고 각자의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고마운 성장이에요.     

밥 먹기 진짜 싫어하는 첫째에게 아침 식사 습관을 들이는 건 매우 난감한 일이었어요. 엄마 역할을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밥상에 앉아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아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침 먹기가 참 힘들지요.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먹여서 기관에 보내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엄마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는 자아 효능감은 그렇게 생기는 거니까요. 식재료, 반찬, 아이 선호 식품 등등 각 가정의 환경에 맞게 아침 부담을 많이 덜어낼 수 있는 식사 차림이라면 아침이 가벼울 거예요. 더불어 온화한 분위기와 엄마의 말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1. 식도를 깨우자. 아침 굶지 않기     

잘 먹이기보다는 음식이라고 할만한 것이 식도를 스치고 내려갔다는 정도라도 상관없어요. 늦잠 자서 지각할 만큼 시간이 촉박해도 지하철 타는 시간까지 계산하면서 시리얼 몇 숟가락이라도 우유에 말아 먹었습니다. 둘째가 새벽 진통으로 저를 깨웠을 때, 급하게 식빵 한 장 구워서 먹고 출발했습니다. 빈속으로는 힘을 못 쓰니까요. 아이 낳고는 미역국에 밥 말아, 게 눈 감추듯 마셔버리는 신공을 발휘하기까지 대충 먹는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어요. 기관에 가면 아이들은 오전 간식을 먹죠. 그런데 점심때까지 필요한 에너지 보충으로는 부족해요. 빈속에 먹을 간식에 기대어 등원 시키기 보다 아침에 먹을만한 가벼운 음식들을 마련해 주세요. 시리얼, 떡, 과일, 주먹밥 조금 등등 아이가 원하는 것으로요. 아무것도 안 먹은 빈속보다는 무엇이라도 위에 잠깐 음식이 담긴 상태로 나서는 게 더 힘이 나는 걸 우리가 알잖아요. 아이에게도 무엇이든 먹여 식도와 위를 깨워서 사회로 보내주세요.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차린, 달걀 위주의 아침 ⓒ지예
아침 먹이기 편한 달걀 반찬 ⓒ지예
평소와 조금은 다르지만 아이들 기분에 맞춘 아침 ⓒ지예


2. 국을 안 먹는다? 그럼 없애.     

어느새 엄마가 되어 저보다 아이를 더 소중한 존재로 생각한다는 이유로 '대충'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삭제된 것 같았어요. 식사에서만큼은 아주 열심히 차렸지만 번번이 실패! 우리의 부모들은 아침이면 꼭 뜨끈한 국과 밥을 먹여서 보내시려 했어요. 그래야 더위도 추위도 든든하게 잘 견딘다고요. 고스란히 답습하려다 혈압이 올라 쓰러질 거 같아서 국은 없앴습니다. 국 건더기는 조금만 먹을 뿐 국물을 먹지 않더라고요. 남편이 먹을 것 위주로 하면서 아이들에게 구색 맞추려 차려주는 게 전부에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급식 선호도 조사를 한 논문들이 있어요. 식문화의 변화로 청소년들이 잘 먹지 않는 음식 중 하나가 국이랍니다. '염분이 많은 국과 찌개는 몸에 해롭다' '한식은 염분 농도가 높은 게 문제다' 등등 저염식을 외치던 언론과 미디어 덕분일까요? 굳이 국을 먹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식사가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국뿐일까요. 굳이 꼭 먹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억지로 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이거 한 개만 먹어"라는 말은 어떨까요? 이것도 고문입니다. 사랑하니까 가르쳐 보려는 마음에서 꺼낸 말인지 몰라도, 본질은 가르침이 아니라 내가 이기고자 하는 싸움이거든요. "당장 입에 넣어"란 말도 싸워서 이기려는 거예요. 그렇게 말해서 아이가 음식을 씹지도 않고 꿀꺽 삼킨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오은영. 김영사) p49]


3. 차린 거 다 안 먹어도 인정하기     

위 인용구는 오은영 선생님께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김영사)'에서 하신 말씀이에요. 주된 요지는 기계적인 '밥 먹임'에만 머무르는 시간이 아니라 정서적인 교감을 더욱 중요시해야 함에 있다고 해석됩니다. 육아 전반은 아이 수준에 맞는 상호 교감이 우선이에요. 특히 식사 시간은 아이의 어휘력 발달과 정서 발달, 상호 존중과 자존감 등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아요. 아이의 선택에 객관적인 시각 유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더 먹는다 하면 좋아하고 덜먹는다 하면 마음 상해하는 급변하는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야 하죠. 제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 더디게 가려는 마음을 감추고 아침밥을 느긋하게 먹습니다. 수가 읽혀서 알 수 있는 상황에 무어라 재촉을 해야 했을까요. '다 먹어'라는 마음은 없어요. 기분과 몸 상태를 살펴서 '다 먹은 거야?' '그만 먹을 거면 일어날까?' 등 아이에게 먹어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는 간결하게 말하면서 선택을 하도록 해요. 더 먹는다 하면 옳다구나하고 더 주는 마음 그대로, 덜먹겠다 하면 그러려무나 하고 존중해 주는 마음도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도 엄마가 차려주셨던 아침, 바쁘다며 허술하게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뛰쳐나갔던 경험 있잖아요.          


4. 아침의 순간들을 소중히 하기     

아침 기분이 하루를 절대적으로 좌우합니다. 동의하시나요? 사람 기본 마음이, 잘해준 열 개보다 잠시 못해준 한 가지를 오래 기억되죠. 중요한 일에는 망각의 본능이 발휘되는데 잊었으면 하는 것은 절대 기억력으로 곱씹게 됩니다. 어느 날, 급식을 먹지 않고 온 아이에게 속상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급식을 든든히 먹은 날에 소감을 말하더라고요. "내가 급식을 왜 먹었는지 알아? 안 먹으면 엄마가 속상해하고 슬퍼하니까, 화를 낼까 봐 그랬어." 이 말을 듣는데 마음이 심하게 요동쳤습니다. 아팠거든요. 속상함을 전했던 일이, 아이는 화를 내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거예요. 먹는 일에 잔소리하지 않으면서 격려하려 무지 애를 썼건만 허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생각보다 많이 봅니다. 자기중심적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기분을 앞세우기 전에 부모 마음에 드는 행동이 무엇일지 떠올려요. 그리고 맞춥니다. 눈치를 보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서로의 기분을 살피는 것이잖아요. 아이의 아침에 유치원에서의 큰 활동이나 급식 잘 먹기, 친구랑 잘 지내기 등 기대감을 주지 않습니다. 잘 자고 일어난 순간을 토닥여주고 아침을 먹는 순간을 기특하게 바라보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다 오라 당부해요. 아이가 눈뜨고 등원을 할 때까지 모든 걸음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들을 중요하게 여기면서요.          




아이의 식사에 아침만 중요할까요. 차린 거 덜먹어도 인정해 주고 아이의 식사 순간들을 소중히 해주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해요. 아이 성장 전체를 큰 그림을 그리며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길이 되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말들이 건네는 의미에 아이의 전인적 성장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아이와 교감하며 긴 시간 마주 앉은 식사 때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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