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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Nov 08. 2020

[아이 주도 식사 #51] 무엇이든 잘 먹지는 않아요.

아이 주도 식사를 위해 이유식이나 유아식을 하시면서 기본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네 가지 항목이 있습니다.


 식사 모델링이 있나? 

잘 먹게 하려면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 그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필요합니다.


 아이와 같은 음식을 먹나

모델링이 되어주는 존재가 같은 음식이나 재료를 아이와 마주 앉아 같이 먹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양육자는 차리는 즐거움이 있나

차리는 즐거움이 있어야 맛있어 보이는, 시각을 긍정적으로 자극하는 음식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아이 식단을 기록하는가? 

나아가 양육자가 만든 음식이 무엇인지, 그것을 아이가 얼마나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등의 반응 정도를 기록하면 좋습니다.


위 네 가지를 기본으로 한다 해도 아이의 식사가 단번에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의 변화가 더디다 해도 양육자가 꾸준하게 이끌어 주면 어느 순간 아이가 오감으로 체득하는 노력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로 조금씩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제 아이들과 식사 때 급식 놀이가 자연스럽지만, 처음부터 고운 마음으로 했던 것은 아니에요. 큰아이와 밥 씨름이 한창이던 때, 아이가 먹을 적정량을 모르는 상태로 밥을 차렸어요. 남기면 조금만 먹는 아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더 먹이려고 붙잡아두었습니다. 지금은 엄마 밥이 최고라는 아이지만 당시에는 아이가 남기는 밥이 너무 많았어요. 저는 남긴 밥을 먹기가 싫었어요.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었거든요.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 결과가 더디게 나타나서 왜 뜻대로 되지 않느냐며 한탄했었죠. 밥상을 뒤집어엎고 소리를 지를 것 같기도 했습니다. 내적 불행이 최고조였던 시기에 애 잡지 말고 나도 살자는 핑계로 재미 삼아 덜어 먹게 했습니다. 아이는 급식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때이기 때문에 식당 놀이로 자연스럽게 참여시켰어요. 


어느 정도 먹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고 그에 맞춰 식사 단계 조절을 해왔습니다. 차차 식사 모습이 나아지면서 싹싹 긁어먹는 날도 있었고 더 먹어도 되느냐 묻고 아주 배가 빵빵해질 정도로 먹는 날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주도 식사를 한다고 무엇이든지 다 잘 먹지는 않아요. 가족 구성원이 즐겨 먹는 음식이라 해도 아이 입맛에 맞지 않는 재료가 있기 마련입니다. 한 재료에 대해 먹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확인부터 시작해보세요. 내어주고 만지거나 주무른다면 관심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관심이 바로 식이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긍정적이지요. 요리법을 다르게 해서 해준다 해도 관심을 크게 변하진 않을 거예요. 분명한 것은, 다 잘 먹지는 않지만 아이 주도 식사를 위한 꾸준한 노력은 아이가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현저히 낮춰 준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죽순으로 만든 음식(국, 조림, 볶음)을 계속 거부하던 둘째가 죽순 튀김은 깨끗이 비웠다. ⓒ지예


아이 주도 식사를 위한 노력이 아이 심리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작은 아이에게는 온 가족이 먹는 죽순을 먹이기 위해 기다린 시간이 약 3년입니다. 큰아이에게 김치를 먹이기 위해 노력하며 기다린 시간이 약 8년입니다. 그 외에도 큰아이 입에 무엇 하나 들어가게 하려고 최소 몇 개월씩, 먹이기 위한 기다림은 길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지요. 그러다 엄마가 무너지면 (윽박지르고 화내고 무표정으로 반협박 상태의 분위기 조성) 무너진 언행의 백 배 이상으로 가슴 저릴 정도의 미안함이 생깁니다. 그러니 딱 내 아이의 발달 정도와 음식에 대한 관심 정도만큼만 기대세요. 아이가 느낄 식사 거부감은 줄여주시고 때론 투정도 받아주시며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이요. 무엇이든 다 잘 먹기를 기다리기보다 차려진 음식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잘 골라 먹도록 격려해 주시면 아이의 식사가 건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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