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50
제 두 아이가 콩과 콩으로 만든 음식에 선호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어요. 지속적이기보다는 당장의 기분으로 선택이 달라졌어요. 어느 날은 콩밥은 먹지만 콩 조림은 안 먹고, 어느 때는 콩 조림은 먹지만 두부는 먹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상황에 따라 가려먹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편식에 대한 개념이해가 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편식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편식]
1. 어떤 특정한 음식만을 가려서 즐겨 먹음.
2. 식사의 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식생활 방법
3. 음식에 대한 기호가 강하기 때문에 식사의 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식생활 방법
4. eat only what one wants
김치볶음밥만 주야장천 먹는 것은 편식입니다. 그러나 김치볶음밥을 주로 먹으면서 여러 반찬을 곁들여 먹는다면 편식으로 보지 않습니다. 모든 야채를 먹지 않는다면 편식입니다. 약간씩 야채를 먹기는 하지만 모든 야채를 다 잘 먹지 않는다면 편식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편식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식판에 담긴 음식 전부를 잘 먹는다면 편식하지 않는 아이일까요? 식판에 담긴 음식 중 먹을 수 있는 것을 골라 식사를 마치면 편식을 한 걸까요?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요. 100세 시대에 이 말을 조금 바꿔야겠습니다. ‘세 살 식습관이 죽을 때까지 간다’라고요. 식습관은 분명 건강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식을 시작하는 때부터 우리는 아이 먹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투자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올바른 식습관, 편식 없는 식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편식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편식’과 ‘건강에 별문제가 되지 않는 편식’으로 나누어지는데요. 문제 있는 편식 vs 문제없는 편식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특정한 음식 위주로 즐겨 먹으면 편식이라 했습니다. 고기를 전혀 먹지 않거나 채소를 먹지 않는 등 먹지 않는 음식이 더 많은 식습관이 ‘문제 있는 편식’입니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 스스로 선택해서 먹는 음식이 제한적이었던 사람들이 제 주변에 있어요. 지금도 여전히 안 먹는 음식이 더 많습니다. 어릴 때 고정된 식습관이라 변화가 어려운 거겠죠.
저는 차려진 음식 중에서 가려 먹는 것도 편식의 범주에 넣었습니다. 무조건 다 잘 먹어야 한다는 욕심이 과했습니다. 정작 저는 잘 먹지 않는 것이 있는데 아이만 힘들게 했어요. 반성할 점이죠. 아이는 뚝심 있게 식사 때마다 먹을 수 있는 것을 잘 골라 먹었습니다. 채소 섭취에 있어 생야채로 조리한 반찬은 잘 먹는데 마른 나물 반찬들은 먹지 않아요. 동물성 단백질 섭취도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선호하지만, 단백질 섭취 측면에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영양소 섭취가 고루 이루어지고 있다면 ‘문제없는 편식’이라 합니다.
한 두 가지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영양소 섭취나 성장에 문제가 되지는 않아요.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아무리 영양가가 높다 해도 먹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어요.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없는 편식을 한다면 억지로 싫어하는 음식을 먹일 필요는 없지요.
자주 접하는 집밥이나 기관 급식에 서서히 맛을 들이는 것도 좋지만 더 일찍 건강한 식습관으로 편식하지 않는 생활을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아이의 식습관이 ‘문제없는 편식’이라 하더라도 편식 자체에 대한 습관을 교정해주고 싶은 마음이 클 거예요. 그럴 땐 많이 볼 수 있는 기회, 아주 조금이라도 맛을 볼 수 있는 기회, 원재료를 만져볼 기회를 자주 가지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너무나 배가 고플 때 거부하던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호박, 버섯, 오이, 배추, 당근, 파, 참나물, 취나물, 죽순, 숙주, 콩나물 등등 알고 있는 야채들 중에서 싫어하는 재료가 있나요? 성장할 때 부모님께서 차려주신 야채 음식들을 잘 먹지 않는다며 야단맞으신 적 있으시지요? 어릴 때는 맛이 없던 야채들이, 어른 음식이라고 한쪽으로 치웠던 음식들이 나이가 들어 좋아지게 된 경우가 있을 거예요. 결국에는 시간이 약이라고 할 수 있어요. 뒤늦게 재료의 참맛을 알아차린 입맛, 느림보 미각의 성장이라고 하고 싶네요. 오감으로 재료들을 익히고 건강을 위한다는 이유로 섭취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거에요. 가려 먹던 우리의 미각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