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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Oct 23. 2019

밥, 엄마들이 가장 간과하고 있는 사실!

아이주도 식사 솔루션 #25

첫 돌이 되면 영유아 건강검진을 통해 받아든 결과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평균 생후 6개월간 수유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나머지 기간에는 얼마나 수유와 이유식을 잘 챙겨 먹였는지 아이의 성장으로 엄마의 노력이 평가를 받는 기분이 듭니다. 이때 아이의 신장이나 체중이 하위 10%에 속하게 되면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듣기도 하지요. 그럴 때면 엄마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아이에게 미안해지고 자신이 무엇을 놓쳤길래 아이 성장이 이렇게 더딘 것인지 자책하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어요. 하위 3%의 아이를 평균으로 키워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지금은 그 아이의 체구가 평균 이상입니다.)     


우리 인간은 태초부터 매우 능동적인 존재입니다. 더군다나 굉장히 자기 주도적이에요. 생후 12개월경에서 17개월의 아이들의 작은 근육 운동 발달의 특징을 보면 손 조작력이 보다 정교해집니다. 그래서 이제는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작은 물건도 잘 잡을 수 있어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재미에 빠져 적극적입니다. 기어 다니기만 하던 아이가 잡고 서서 옆으로 걸을 수 있게 되고 서서히 혼자서 걷게 되는 큰 근육 발달을 통해 아이의 독립심이 자라게 되죠. 그 예로 스스로 해보겠다며 잡고 있던 엄마 손도 뿌리칩니다.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독립심은 식사 때도 여지없이 나타나게 돼요.    

  

13개월 아이 주도 식사 : 작게 자른 음식. 오른손엔 주먹밥을 왼손으로는 포크질을


이맘때는 떼도 늘어나는데요. 엄마가 먹여주는 음식이 아니라 스스로 먹고 싶은 욕구, 엄마가 먹으라는 음식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으로 배를 채우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표현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유식도 잘 안 먹던 아이가 유아식으로 넘어갈 때 엄마를 무척 애먹이게 되는 것입니다.     



◆억지로 먹이지 마라◆

이럴 땐 적게 먹는 것을 인정해주세요.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선택한 양이고 위에 부담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본능이라고 이해를 해주셨으면 해요. 동시에 영양 결핍을 걱정하며 억지로 더 먹이려 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억지로 먹이거나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 하다가는 아이와 엄마 모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게 돼요.   

  

아이의 반응은 여전히 입 다물고 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밥상에 오지 않고 딴짓하거나 밥상에서 장난만 칠 뿐 지루함을 그대로 나타내죠. 우리는 어떨까요? 꾹꾹 눌러 담아두었다가 밥 한 숟가락 더 먹이려고 온갖 무서움을 담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아니면 화를 내지 않으려고 외면하게 됩니다.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는 일들이 이어지면 안 먹이는 것만 못한 상황도 벌어지게 되고요.     

밥을 사이에 두고 서로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엄마와 아이 사이에 잘 형성된 애착이 자칫 어긋날 수도 있어요. 숟가락만 봐도 무서워한다거나 엄마가 식사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놀자고 떼를 쓰거나 이유 없이 울기도 해요. 식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강해지면 해당 시기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식사(밥) = 피하고 싶은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니까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아이의 식사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시면서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해주셔야 합니다. 그냥 두시라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와 밥을 대하는 엄마의 마음을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는 수양이 필요합니다.

     

북미아들러심리학회(NASAP) 학자인 게리 맥케이와 돈 딩크마이어가 집필한 ‘아들러의 감정 수업(2017. 시목)’에 이런 말이 있어요.     


어떤 감정을 바꾸거나 갖고 싶은지 정리하고
이를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꾸준히 실천해보라.


아이와 함께 하는 우리의 새로운 인생 전반에 필요한 글귀인데요.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 상황에 대입하여 이해해봅니다. 유아기를 지내는 아이에게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할 수 없잖아요. 어떤 목표를 지향해야 할지 전혀 모른 채 본능으로 움직이는 아이들입니다. 우리의 절대적인 노력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요. 아이와의 식사에서 여러분이 느끼고 싶은 감정은 무엇인가요? 그 감정을 얻기 위한 실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 시작은 기록입니다.      


◆관찰하고 기록하라◆

아이가 밥을 안 먹고 딴짓하고 골라 먹으려 할 때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찾아가며 계속 관찰을 하고 기록을 해보세요. 저는 아이가 무엇을 잘 먹는지, 어떤 식감을 좋아하는지 등을 살피려는 목적으로 아이 식이 상태 기록을 시작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열심히 기록했던 것은 식사때  마다 느꼈던 저의 감정이었어요.  

   

어떠한 상황에서 느낀 감정인지 그 유형(분노, 화, 불쾌, 불안, 평온, 행복 등)과 감정의 정도는 얼마인지를 알기 위함이었어요. 버럭 질러버리고 싶은 상황, 밥상을 엎어버리고 싶은 상황 등을 직관적으로 인지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조금 더 나은 감정 표현법을 생각하게 되고 반복된 훈련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인데요.      


근 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점점 더 가벼워지는 마음을 느꼈고 비로소 ‘아이 때문에 힘겨운 밥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아이와 여러분이 밥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데 ‘관찰과 기록’은 길이 되어 줄 것입니다.     




 ‘반드시’ ‘절대’ ‘꼭’이라는 말로 아이를 밥과 밥상에 붙들게 되면 엄마도 아이도 힘듭니다. 이건 지나친 요구에요. ‘반드시 다 먹어야 해’ ‘다 먹기 전에는 절대 일어날 수 없어’ ‘전부 다 먹어’ 등의 말속에는 아이의 상태, 심리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모든 것이 엄마의 뜻대로만 되길 바라는 고집불통이 들어있습니다. 그 고집... 아이가 다 느끼고 배워요. 말귀를 온전히 다 알아듣지 못해요. 간단한 말을 이해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감정은 기가 막히게 감지해요.    

 

영유아 검진 결과 ‘하위 10%’는 아이 인생을 결정짓는 수치가 아니에요. 그간 엄마의 육아를 평가하는 수치도 아닙니다. 아이를 위해 애쓰셨잖아요. 그 애씀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체구로만 나타나지 않아요. 검진 결과는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는 숫자로 받아들이셔서 아이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아이 성장에 대한 불안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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