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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Dec 28. 2018

편식, 누구나 있다.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12

편식이 심했던 첫째 아이의 음식 교정은 푸드 브리지(food bridge)에 많이 의지했습니다상황에 맞춰 변형해가면서 적절히 적용했었고요분유 과식으로 토를 하고도 다시 먹던 둘째는 BLW(아이 주도 이유식, baby led weaning)를 통해 음식을 접하도록 했습니다두 아이는 대체로 잘 먹기는 하지만 차이가 있어요
  
새 반찬을 한 날첫째는 제가 먹어보라고 직접 말하지 않으면 반찬이랑 눈도장만 계속 찍을 때가 있습니다열심히 먹기는 하는데 가려먹고 골라 먹느라 집중해요특히 제철이 되어 먹게 되는 반찬은 그간의 공백기 때문에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을 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합니다반찬에 대한 설명을 들은 아이는 이해하고 입에 넣어요혀로 굴려 충분히 음미한 후안전하고 익숙한 맛이 확인되면 씹어 삼켜요

1년 만에 만나게 된 얼갈이 배추 나물 : 눈과 귀와 입의 이해가 필요했던 식사



이런 것쯤은 이제 문제도 아니에요철없이 사시사철 공급되는 식자재 덕분에 다양한 음식을 급식으로 접한 경험도 한몫했을 겁니다첫째가 음식을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듣고 입으로 넣는 매우 신중함을 보이지만 둘째는 입으로 넣어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그런 다음에 이건 뭐야?’라고 물어요이래저래 설명을 대충 해주면 맛있어.’라는 긍정의 신호로 제 마음을 환하게 해줍니다
  
첫째보다 밥을 많이 먹는 둘째밥 안 먹는 날이 있어요밥을 남기는 날도 있고요그래도 그냥 두는 것은 지극히 개인의 컨디션 때문이나 차려진 양을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 음식 거부 반응은 아니기 때문이에요이런 믿음은 첫째와는 확연히 다르게 둘째가 음식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태도에 있어요.

엄마의 과욕으로 차려진 후 반 이상 버려진 돌 전 BLW 식단

음식 성향이 다른 두 아이에게 제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있습니다식사 때맞춰 아이들이 먹든지 말든지 묵묵히 밥을 먹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인데요. ‘엄마만 먹는 음식이란 없다는 것과 너도 귀찮긴 하겠지만 통상적으로는 하루 세 번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어요첫째 아이가 유치원 생활을 하기 전까지 오로지 집에서 돌본 기간과 지금까지 끼고 키우는 둘째의 성장 시기 동안 매끼 밥을 제 손으로 차리다 보니 육아의 반은 정녕 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그 육아의 반을 위한 노력에 가장 큰 걸림돌은 편식이 아닐까 합니다먹는 양이 좀 적어도 딱히 가리는 음식이 없다면 양만 늘리면 되는 일입니다그런데 편식하는 아이는 이건 이래서 싫고저건 저래서 싫다며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입 다물고 고개를 획 돌립니다돌부처가 따로 없지요
  
제가 둘째 이유식을 시작할 때 BLW에 더 주목했던 이유가 있어요아이와의 밥 싸움을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며 아이가 어릴수록 채소를 기본으로 한 음식에 친숙하도록 할 계획이었어요


같은 재료의 모양 변화로 호기심을 자극했던 BLW 식단 : 덩어리 단호박 vs 단호박 경단. 길게 자른 애호박 vs 원형 단면 단호박. 양배추 잎 vs 양배추 말이


핑거 푸드로 채소를 내어주며 푸드 브리지 마지막 4단계를 바로 시행할 수 있으므로 기나긴 푸드 브리지를 하는 수고를 덜어낼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서 겁 없이 덤볐습니다. 그리고 만 1세, 푸드 네오포비아(food neopobia) 시기가 닥치더라도 BLW로 시작했다면 그 강도가 약할 것이고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덕분이었어요.

실제로 BLW는 아이가 자신의 식사 속도에 맞춰 음식을 선택하고 질감이나 색, 냄새를 탐구하며 취향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렇다면 영아 시기, 아이 주도 이유식을 하면서 다양한 재료와 음식을 접하면 상대적으로 가리는 음식이 덜 할 것이라는 성장을 기대한 이유도 있어요. 


제가 계속 푸드 네오포비아를 말씀드리는 건, 아이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아이의 식습관 개선을 위해서는 부모의 식습관도 살펴보며 아이를 이해해야 해요. 다른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이나 다른 나라의 음식이 친숙하지 못하고 낯설어서 선택적으로 거부를 하기도 하죠.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기에 이런 일시적인 거부를 편식으로 구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평소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편식이 바로 푸드 네오 포비아에요. 달리 말하면 아이들도 자주 보지 못한 음식이나 충분히 음식을 탐구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는 경우 거부감이 지속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편식으로 이어지게 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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