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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 Jan 02. 2019

엄마 마음 조절 리스트

아이 주도 식사 솔루션 #14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 중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지요아이나 어른이나 푸드 네오 포비아가 편식의 원인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또 다른 원인은 바로 아이와 부모 사이의 관계 형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는 것은 푸드 네오 포비아가 강하게 나타나는 시기에 부모가 아이에게 긍정적으로 대해주는 비율이 높을수록 편식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존감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해석됩니다.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다 아이를 향한 감정이 일그러지게 되면 밥상에서 늘 눈치 보는 아이가 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고요.
  
제 큰아이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체로 온종일 즐겁습니다활동량을 키워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해주어야 한다는 선생님 조언이 있을 만큼인데요웃음이 많아서 타인이 보기엔 심리적 에너지까지 충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객관적이지 못한 엄마의 시선에서는 (누구나 그러할 테지요저로 인한 결핍이 없는지 살피게 돼요그럴 때는 여지없이 식사 시간이 제격입니다.



공상에 빠져 젓가락 두 짝을 입에 물고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모습은 황당함 그 자체에요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톱니바퀴 이야기를 합니다각진 젓가락이 톱니들이라고 생각을 하면 어떻게 돌아갈지 따로따로 입에 물고 생각 중이었던 거죠저는 다 이유가 있는 행동이었다 이해를 했는데 순간 아이는 눈치를 봅니다밥 먹다가 또 딴짓한다는 제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에요
  
평소에 곁눈으로 아이의 밥 먹는 모습을 볼 때면 이 반찬에는 흥미가 없구나밥 먹는 게 지루하구나왜 밥 먹는 건 다른 생활에 비해 의욕이 없는 걸까?’ 등 참으로 미련한 생각을 이어가게 되는데요이건 모두 둘째와의 비교에서 비롯된 저의 아둔함 때문입니다거기에 둘째를 보듯이 첫째를 편히 대하지 못한 채 키워 온초보 엄마 시절의 미안함이 마음 한쪽에 자리 잡은 이유도 있습니다.




아래는 그간 첫째 아이에게 맞춰 음식 교정을 해내 가며 가졌던 마음들인데요. 가리는 것 없이 대체적으로 잘 먹는 지금도 여전히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육아서로부터 긍정적인 애착 형성을 강요받기 이전부터, 되도록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좋은 영향을 주려고 했던 마음 조절 리스트입니다.
  
1. 밥을 억지로 먹이지 않는다
밥에 관심이 시들해진다면 다 먹은 거야치워도 돼?’라고 물어본다.

2. 먹는 방법을 강요하지 않는다
손으로만 먹어도포크로만 먹어도젓가락으로 국을 먹으려 해도 문제 삼지 않는다.

3. 음식 차림에 너무 애쓰지 않는다
식판을 다 채우려면 내가 지친다. 1식 1찬도 괜찮다.

4. 조언은 하더라도 잔소리를 하진 않는다. 
남겨도 흘려도 먹는 동안은 아이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다.

5. 아이에게 먹는 양을 선택하도록 한다. 
밥을 떠서 아이에게 보여주며 이 정도면 되냐고 묻는다.

6. 음식 만드는 과정에 아이를 참여시킨다
간단한 조리불을 쓰지 않는 조리과정에 참여시켜 요리도 놀이가 된다는 것을 알게 하고 재미를 느끼게 한다.

7. 편안한 식사를 위해 마음을 쓴다. 
아이의 밥 먹는 모습을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빤히 쳐다보지 않는다.

8. 사소한 식사 모습에도 칭찬한다. 
지난번 보다 나은 모습을 놓치지 않고 칭찬을 한다. 식사가 마무리되면 잘 했다고 칭찬을 한다.

9. 되도록 아이와 함께 같은 음식을 먹는다
다소 밋밋하고 간이 심심해도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같이 차려 먹는다그러면서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10. 웃는 얼굴과 다정한 손길로 아이 식사를 대한다
음식 맛을 평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어깨춤도 추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최고라 표현을 하는 등 나는 너를 항상 응원한다는 마음을 전한다.

자신이 하겠다고 덤벼서 10분이 넘게 걸린 시금치무침

육아가 쉽지 않고 힘든 이유 중의 하나는 엄마인 내 마음뿐 아니라 아이 마음마저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잖아요그래서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을지 바라기 이전에 매 순간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리스트를 작성해서 내면을 키우려고 했었어요실제로 도움도 되었습니다.




아이 식사를 바라보는 마음뿐만 아니라 육아 전반에 있어서 필요한 공통된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하나는 요구보다는 수용인데요. 아이 성장을 위한다는 이유로 아이가 해내어야 할 과제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발달 시기마다 보이는 행동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우리는 이미 갖추고 있어요. 그렇기에 언제 배밀이를 할지, 언제 기어 다닐지, 첫 이는 언제 올라올지 등을 알고 대비하며 그 시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죠. 

두 번째는 지시보다는 포용입니다. 하라 하지 마라 잔소리를 늘어놓기 전에 참을 인을 꾹꾹 마음에 새기면서 아이가 제대로 해내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로션을 몸이 아니라 바닥이나 머리에 마구 바르는 호기심을, 밀가루를 다 쏟아 온몸에 하얀 튀김 옷을 입는 등의 모습을 보며 너그럽게 기다려보는 거죠. 



시간에 쫓기고 바쁜 상황에서는 아이의 모든 것을 수용하고 포용하기란 참 어렵죠어렵습니다무척 어렵더라고요밥상에서는 어려움이 더 한 듯해요기껏 해놓은 음식을 엎어버리거나 던지고 가지고 놀기만 해요밥에 반찬을 하나씩 올리는가 싶더니 물까지 넣어 외계 음식을 만들어 놀아요애써 적당히 식혀 놓은 국에는 손을 담가 남은 온기를 느끼며 건더기를 골라 주무릅니다갓 지은 쌀밥은 보자마자 울기부터 하고요코를 쥐고 그 어떠한 냄새도 거부합니다개똥이네도 이럴까복실이네도 이럴까한숨은 절로 나옵니다아이 앞에서 볼썽사납게 눈물이 쏟아지기도 해요.
  
그것 조금 안 먹는 게 무슨 편식이라고내 자식은 이 정도로 안 먹는다.'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그런데 누가 힘든 식사 투정쟁이를 키우는지 겨루는 거 아니잖아요우리 아이가 편식하며 속 태우기 위해 태어난 존재임을 확인하려는 거 아니잖아요어떤 분은 다짜고짜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고 하시거나 '현실적으로 되느냐?'라고 해요아이의 식습관 상태를 안다 해도 적용해 봐야 할 방법들이 여러 가지에요그렇기에 수학 답을 요구하듯 풀이 과정과 딱 떨어지는 방법을 제시할 수가 없어요. '엄마가 아이 하나 제어 못해서 저렇게 된 거다.'라고 하시거나 날 선 마음으로 대하는 분도 있어요.
  
혼자 하는 가슴 앓이도 벅찬데 이런 외부의 부정적인 말이나 시선은 우리를 더 지치게 합니다그런데 말이에요그들이 내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지 않아요많은 엄마가 내 아이의 지금보다 나은 식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힘들어하고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그렇기에 외부의 참견에서 벗어나셨으면 해요그 흔하디흔한 애호박 하나쌀 한 톨바나나 한 입도 먹지 않는 것에 힘겨워하는 엄마가 생각보다 많아요아이가 잘 안 먹는 거우리 잘못이 절대 아니에요무생물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을 형성해가는 한 인간을 상대하는 시간인데 쉬울 리가 있나요절대 여러분만 힘든 거 아니에요.
 


그러니 내가 뭘 잘 못 했기에 애가 저렇게 안 먹나.’ ‘나 때문에 아이가 잘 못 되기라도 하면 어쩌나.’라는 생각에 시달리지 말자고요밥을 대하는 아이 처지를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계속된 노력은 쉽지가 않아요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제대로 된 결과로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우리 자신을 심하게 압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고요. 매번 돌아오는 끼니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꼬집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보다 나은 식사를 위해 심리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말이에요. 나와 아이를 위해 식사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무엇을 할지, 리스트를 작성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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