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글쓰기

by 지예

나에게 브런치는 글을 마음대로 쓸 수 없어 신중한 곳이다. 블로그는 그때그때의 일을 일기처럼 쓰면서 정보를 조금 가미하는 자유로움이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글 쓰는 형식에 제약을 걸어 둔 것도 아니고 색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선을 그은 것도 아닌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브런치는 나만 빼고 다 고수들 같은 느낌이 강해서 선뜻 키보드를 두드리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수다를 곁들인 브런치라면 조금씩 뜯어 먹기라도 할 텐데 이 브런치는 채워야 하는 공간이다.


며칠 전에 유명한 사람의 책을 읽었다. 여러 권을 펴낸 사람인데 최근 출간작으로 처음 접했다. 가독성이 좋은 글이라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설렘이 들었다. 문단마다 한 줄씩 띄어졌고 문고판보다 약간 크면서 에세이 한 권이 완성되는 (속지 포함) 250쪽을 넘는다. 한 꼭지의 A4 분량이 궁금해서 한글에 옮겨 봤다. 한 꼭지당 평균 2장 분량이다.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키우는 양이라서 그동안 적었던 글들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 놓고 봤다. 닮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글은 쓰는 사람만 만족한다고 글이 되지 않는다. 쓰는 사람, 봐주는 사람, 이끌어주는 사람, 글을 유형적 가치로 탄생시키는 사람 등 많은 눈을 통해 글은 생명을 갖는다. 써 놓았던 글들이 쓴 사람에게만 애정이 있는 건 아닌지, 타인에게 공감이 될 만한지 확신할 수 없어 한계를 느낀다.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서 사고를 더 확장하고 글의 양을 질적으로 높이는 기본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습작 공간이다. 읽히는 두려움을 가진다면 접근할 수 없다. 다양한 경험들이 녹아든 글을 접할 수 있는 멋진 곳임은 분명하다. 마음에 닿은 문장들을 노트에 써보고 어떻게 변형해서 내 생각을 적절히 담을지도 고민한다. 맥락의 흐름과 가독성이 좋은 글은 수식어 사용을 자제하여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 해 보고 앞뒤 문장 위치도 바꿔보면서 내 글을 만들어 간다.




경험이 부족해서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나를 파먹기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읽는다. 졸면서도 읽다가 저자에게 혼자 묻는다. '흡족한 상태의 원고였나요?' '흡족의 정도는 누가 결정했나요?'. 글이 난해하고 어려울 때 책 읽기를 중단하고 한 마디를 남긴다. '이해하지 못해 죄송해요.'


'이렇게 쉬우면 나도 쓰겠다.' '이게 글이냐'는 평을 받은 적 있다. 작가는 쏟아지고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 세상이다. 나는 후자에 속하지 않으니 전자에 들어야겠다 마음먹다가도 망설인다. 일상어로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에는 뭐라 할 말이 없다. 실용서도 아니고 전문 교육서도 아니지만, 쉽게 쓴 글이 아닌데 읽는 입장은 또 그게 아닌가 보다. 아! 그래서 어려워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가의 책이 출간되나 보다.


원고를 접수하기 전에 그간 써두었던 글을 끌어다가 중복되는 것은 쳐내고 비슷한 꼭지들은 한데 묶어 목차 정렬을 했다. 이렇게 형편없을 수가! 나는 주는 글만 받아 읽는 독자의 위치에만 있어야 하나 싶었다. 어쩌면 이게 글이냐던 사람의 평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이든 하다 보면 부족한 것만 보일 수 있다. 호기롭게 덤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가지는 일반적인 감정이라 여겼다. 주눅 들지 마! 어깨 펴! 글 다듬다가 마음속으로 한껏 턱을 쳐들고 대들었다.


그래 이게 글이다! 너는 이런 거라도 써보기나 했냐!



desk-Nietjuh.jpg pixabay ⓒNietj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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