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내 손을 떠났다.

무사히 접수 완료

by 지예

제본소와 우체국에 다녀왔다. 제본소 사장님의 여러 배려로 감사한 경험을 했다. USB에 담아 간 원고를 같이 훑어보시며 흑백 양면, 무선 제본이 맞는지 재차 확신하셨다. 겉표지는 흰색으로 할 거냐 말씀하셨다가 색상지로 결정하라며 선택 기회를 주셨다.


약속된 시간에 갔을 때 마무리 중이셨다. 인쇄된 원고를 가지런히 하고 겉표지를 붙이는 작업을 거쳐 테두리를 기계로 말끔하게 자르셨다. 사장님께서 책등에도 제목을 넣으셨다며 완성본을 안겨주시며 말씀하셨다. 순간 시간이 멈추었다. 내 만족으로 만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해서 사장님의 추가 작업이 갈증을 더 일으켰기 때문이다. '해야겠다. 이렇게 제목을 단 책을 낳아야겠다.' 받아 든 완성본에 뿌듯함이 일었다.


서류 봉투에 주소와 접수번호를 반듯하게 꾹꾹 눌러쓰고 원고와 접수서류를 넣어 봉하기 전에 봉투 안에 인사를 했다. '잘 가. 잘 도착해서 연락 줘.' 아무도 못 듣게 구석에서 혼자 주술처럼 소곤소곤 중얼거렸다. 빈번히 드나드는 우체국이지만 오늘은 사뭇 색이 달랐다. 우편 접수처와 내 원고만 보였다. 등기우편 딱지가 봉투에 붙여지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왔다. 드디어 글이 떠났다.


목차 정리와 원고 작업, pdf 변환까지 실수가 많았지만 계획대로 해냈다. 접수 서류에 출간 의의와 내용을 요약해서 쓰기란 원고를 쓰는 것만큼 집중이 필요했다. 접수 마지막 날까지 질질 끌지 않겠다고 세운 계획에 변수가 생겨 하루를 허비했지만 며칠 여유를 두어 세웠던 계획에 틀어짐이 없었다.


토 나올 만큼 무언가에 집중했던 때가 언제던가, 오랜만에 느끼는 몹쓸 기분이었다. 작업하다가 반복하는 실수에는 머리가 많이 녹슨 세월이 잡히는 듯해서 그만 웃어버렸다. 후련함에 늘어질 만도 한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긴장이 풀린 탓이겠다.


계획대로 실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를 한껏 칭찬해줄 이유가 충분하다. 낮은 가능성일지라도 기대어 보는 건 무난한 일상에 큰 파고를 만들어 내 자아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가만히 멈추어 있으면 어느 곳에도 닿을 수 없다'는 문자 그대로 보냈으니 닿았다는 소식이 무사히 도착하길 기다린다. 계속 생각하고 쓰면서 흐트러지지 않고 준비된 자세로 맞이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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