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배추전과 우유 팥빙수

입 열어라, 애미 사랑 들어간다.

by 지예

 다음 주면 드디어 개학이다. 핸드폰으로 학교 알림장이 하루에도 몇 개씩 도착한다. 두 녀석의 3월 개학일도 다르고 첫날 시간도 달라서 정신을 단단히 붙들어 매어 놓고 있다. 아, 준비물도 사야하는구나. 개학준비로 분주하실 선생님들의 노고보다는 사악한 욕심을 가진 애미로서는 급식이 기다려진다.


일주일 전면 등교는 아니지만 그게 어딘가. 밥 차림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많이 아낄 수 있겠다. 학교의 순기능 중 하나가 살림(물 사용, 식비) 절약에 도움을 주는 거다. 방학 잠깐만 접할 땐 몰랐다. 거의 일년을 돌밥돌밥 인생으로 살아보니 성장하는 아이들 식비는 나라가 뒷받침해주고 있음에 감사했다.


냉이들깨된장국, 시금치무침, 꼬마새송이볶음, 냉이배추전 ⓒ지예

야채로만 저녁 상을 차렸다.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새 저녁이다. 아이들은 개학 준비에 여유를 가질 때, 아이들 없는 3월 부터의 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미리 준비한다고 여유가 없다. 잠깐 사이에 정신을 차렸더니 봄기운이 스민다. 냉이를 손질할 때다.


냉이 넣은 된장국에 들깨가루까지 더해서 구수하게 끓였다. 냉이를 쫑쫑썰어 알배추와 버무려 전으로 부쳤다. 베어무는 틈으로 향긋함이 퍼졌다.


냉이 한 입하면서 코로나로 아이들 가정보육한다고 애쓴 내게 어깨 토닥임도 잊지 않았다. 몸에 사리 몇 개 만들었고 허벅지 잘 꼬집으며 견뎌냈으니 해방과 같은 개학의 기쁨을 맞이할테다.


냉이, 알배추, 양파, 쪽파 넣은 야채 전 ⓒ


봄의 기다림은 식탁 차림으로 먼저 온다. 겨울 기운 담은 달큰한 시금치를 끝낼 무렵 냉이며 달래며 봄이 온다고 먼저 고개내민 야채들이 몸에 기운을 보태준다. 조금만 더 힘내라고, 그래서 꽃 구경 다닐 힘 키워 두라고.


냉이알배추전은 간장에 찍지 않아도 맛이 좋아서 아이들도 아주 전투적으로 먹었다. 고기 없는 식탁이지만 타박하지 않고 고픈 배를 채울 줄 아는 아이로 자라주어 다행이다.


바삭한 부분을 먹겠다고 겉부분만 연신 뜯어 먹던 둘째 입이 댓발 나왔다. 왜 전은 전체가 다 바삭거리지 않느냐는 이유에서다. 첫째가 자기 몫의 전에서 바삭한 부분만 뜯어서 나눠주었다. 뭐든 나누는 아이가 동생의 사소한 투정을 그냥 넘길리 없다. '그냥 너 먹어.' 하려다 말고 '고맙다'고 했다.



후식은 전날 마련해 두었던 우유 팥빙수다. 아이들이 때이른 팥빙수가 먹고 싶다며 갑자기 부탁을 했었다. 이것들은 말만 하면 애미가 도깨비 방망이라도 휘두르는 줄 안다. 생각만으로도 귀찮았다. 팥 고르고 불리고 삶은 물 버리고 다시 삶고 졸이는 과정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피곤해졌다.


코로나로 외부에 마음대로 나가지 못해서 약 50일 동안 우리는 거의 붙어 있었다. 긴 시간동안 뭘 해주었나를 잠깐 생각했다. 스콘도 만들려 했는데 못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거나 끝나면 놀이공원에 가자는 약속만 반복할 뿐이었다. 함께 있지만 별다른 신경을 쓰지 못하고 둘이서 우애 좋게 지내준 방학 시간에 생각을 집중했다. 수제 우유 팥빙수를 만들어 '대접'을 해야함을 인지하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생각이 바뀌니 거침이 없다.


달콤하다며 아이들이 생각한 것 보다 더 좋아했다. 이게 뭐라고 그리 귀찮아했을까. 옷이랑 입 주변에 양보해가며 먹던 둘째가 왜 콩가루를 안 넣어주느냐 묻는다. 아차차!! 하고 한 티스푼 넣었다. 늦게 넣었지만 고소해서 더 맛있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함부로 할 수 없는 꼬맹이 입맞에 자꾸 끌려다닌다. 아... 그냥 애미 사랑이 도깨비 방망이겠다. "음식 나와라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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