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생겼다. 아니, 추가했다. 무엇을 앞에 둘지 알지만 괜히 한 번 줄도 세워 봤다. 새치기하지 말라며 번호 붙이는 순간에 신이 났다. 심장이 나대는 끌림이 얼마만이던가.
막연함을 쫓는다 생각하며 때 되면 아이들 챙김과 남편 챙김에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 무력감에 빠져있었다. 서른이 되던 때처럼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시점에 인생의 헛헛함을 일시적으로 맛보는 시간이라 여겼다. 여러 가지가 겹쳐 불안 심리가 점점 커져서 결국 상담을 받았다. 심리상담사 앞에서는 엄마로의 삶이 아무렇지도 않다 했지만 10주간 상담을 받으며 무기력과 의욕 상실에 점점 잠식되던 나를 구하고 있었다.
상담 후 엄마가 아닌 나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는 과제를 달고 2년을 살았다. 책에 빠져 지내기만 하다가 2년 만에 스스로 목표를 정했다. 나, 점점 나아지고 있나 보다. 토닥토닥. 잘하고 이쒀! 마음은 앞서지만 다이어리에 계획 세워 하나씩 실천하고 목록을 지워가며 차근차근히 2월을 그리 살았다.
자격증을 획득하려고 시간을 쪼개서 쓰고 있다. 지금 하는 공부가 생소해서 머리 쥐어뜯기를 여러 날이지만 쓰임이 있는 인간이라는 확인이 필요해서 우선 도전 중이다. 공부한 내용이 적절히 쓰일 일을 만듦에 필수 요소가 되어 줄 거다.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고 주눅 들거나 도전 못 할 게 없다. 하늘 아래 새로울 건 없다. 새롭게 볼 시각이 필요한 상태라 자료 조사도 열심히다. 게을러지지 않으려 머리 박 터지게 굴리고 있다. 아이들의 활어 같은 생동감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내 의욕이 꿈틀거리며 싹을 내밀려한다.
다른 출구는 없다는 정신으로 해나가고 있다. 마흔 다섯 전에는 원하는 목표점에서 웃고 싶다. 그럴 수 있을까 두렵긴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얻는 결과로 비롯된 감정까지 감당할 각오를 했다. 오랜만에 내 이름 석자 박힌 명함도 만들고. 아, 명함 제작도 작은 목표구나.
열심히 살겠다는 말에, 더 멋진 사람이 되고 나은 사람이 될 거란 말에 큰애가 뭐? 지금도 충분해.라고 했다. 애미의 현실을 알고 째려보며 눈 흘기는 사춘기 씨가 오기 전에 정신 차려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큰 마음으로 나를 받아주는 아이가 있으니 더 매진해본다.
커버 사진 - 큰애 색종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