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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냈다!

자격증 취득, 엄마의 배움은 유한하다.

by 지예

한 달 넘게 브런치 휴식을 가졌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공부를 하면서 멀리했다. 뜬금없는 공부였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끌림에 무작정 강의를 결제하고 덤볐다. 생생한 공부 경험을 기록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굳어있던 머리를 계속 두드려 가며 집중해야만 겨우 스며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심화될수록 온갖 생각이 들었다. 괜히 했나? 왜 자꾸 빠져들지? 어려운데 왜 재밌고 난리지? 등등.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말을 혐오했는데 이(딴)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온 에너지를 다해 육아하는 것보다 공부를 대하는 마음이 가벼웠으니까. 육아 불편러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며 지낸다. 자식을 방패 삼고 성장을 꾸며가며 현실감 없는 쇼윈도 육아에 빠지지 않으려는 이유다. 있는 척, 가진 척, 잘하는 척하지 않는다. 내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에 갇히면 내 새끼가 세상 최고라 착각했다가 현실적 괴리감에 힘겨울 수 있다. 객관성을 가지고 키우려고 육아서만 깊이 파던 시간에 나를 잊어야 했다.


문득 '난 뭐지?'라며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다. 아이들 건강하게 잘 크는 것이 좋다 애쓰던 시간들이 허무해진다. 아이는 성장하는데 나는 도태되는 느낌이다. 누구에게나 우울감은 가볍게 왔다가 간다. 주부의 우울감, 팔자가 좋아서 생기는 게 아니다. 슬쩍 지나가던 우울감이 정신이 번쩍 든 순간에 지독스레 들러붙으면 기분은 바닥으로 사정없이 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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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를 찾는 일은 본인 몫이다. 글을 읽고 생각을 확장시켜 살이 붙은 글을 쓸 때면 기쁨이다. 계속 써나가는 동력이 되기도 하고. 심리 상담을 받을 때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상태였다. 상담사에게 연재하고 있는 글을 보였다. 다음 상담 때는 내가 쓴 글에 대한 평도 해주셨다. 글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공감해주셨고 내 마음 상태를 더 잘 짚어 주셨다. 한 때 글은 나의 치유를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과제가 된 듯한 글쓰기에 타인과의 비교가 심했다. 스스로 격려하기보다 부족함만을 계속 확인하는 순간이 늘었다. 주눅 들게 하는 글을 읽으면 닮고 싶어 호기가 생겼다가 자판 위에서 길 잃은 손만 쳐다보았다. 글을 쓴다는 목표는 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기에 노력에 대한 보상이 확실한 것을 찾다가 수험생 모드로 돌변했다. 아마, 살기 위한 이유였거나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공부였을 거다.



매일매일 울리는 브런치 알람에 불안하기도 했다. 글 잘 쓰시는 작가님들의 앞선 걸음이 부러웠다. 나와 길이 다르다 마음 가지며 발행되는 글을 잠시 모른 척했다. 그들을 부러워하다 알맹이 없는 글을 남기며 겉만 채울 수는 없었다. 생전 처음 보는 이론이었지만 상식이 될 수 있도록 집중하며 쇠뿔도 단김에 빼려 힘을 주었다. 새벽에 확인한 '합격'이라는 두 글자. 시험 당일 가채점 이후의 감정만큼 강하지 않았지만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동시에 얻은 두 '자격 취득 확인서'에 괜히 목이 메었다. '해냈구나.' '가능성 있구나.' '나도 할 수 있는 존재구나.'


엄마라서 못 할 게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이기에 내려놓고 하지 말아야 할 것과 못하는 것들도 많다. 내가 받지 못해 부족했던 것을 아이들에게 전가하지 않으려 마음을 꽉꽉 채우는 시간을 보내는 중, 교육적으로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첫 도전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이 모습을 유지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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