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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Dec 03. 2021

시니어 UX에는 기다림을 한 스푼

신한은행 시니어 맞춤 ATM UI(2)

지난 글에서 계속됩니다.


사건의 핵심 2: 사용자의 긴장감을 이해하고, 일단 한번 쉽게 써본다.



신한은행 시니어 전용 ATM 첫 화면. ATM 앞에 서면 정말 이 화면이 떠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신한은행 시니어 ATM UI text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바꾼 방향 자체는 정확하고 좋습니다. 실제 사용자들이 입말로 자주 쓰는 상위어로 치환되었습니다. ‘돈 좀 보내봐, 나 돈 좀 찾아올게, 은행에 돈 넣고 올게’처럼 사용자들이 실제 이렇게 말하니까요. 주식 매도/매수를 주식 판매/구매가 아니라 ‘주식 사기/팔기’로 순화하는 방향과 같습니다.


메뉴명 앞에 '돈'이 중복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병렬 나열되어 있는 메뉴 '통장 정리'가 목적어+서술성 명사 형태로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3개에도 이 메뉴와의 변별성을 위해 서두에 목적어가 붙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목적어가 생략되면 암묵적으로 같은 층위에 있는 다른 대상의 목적어와 동일하다고 인지될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덜렁 ‘찾기- 넣기- 보내기- 통장 정리’ 이렇게 해놓으면 어르신들이 ‘아니 이게 뭐여?’하고 혼란스러워하실 확률이 높겠죠.


여러분, 잊지 마세요.

반복이 싫다고는 해도 혼란스러운 것보다야 낫습니다. 하물며 이건 시니어 ATM UI이기 때문에 '어... 이거 뭔지 모르겠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 시도는 망하는 겁니다.


용어의 중요성이나 영향도도 한번 볼까요? 입출금, 송금은 금융 서비스에서 아주 중요한 용어이긴 하지만, 여기에선 과업 자체가 단순하고 그나마 단발성으로 금방 끝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ATM에서 이루어지는 태스크는 대부분 진행 방향이 여러 갈래로 나뉘지 않는 단선형 과업들이고, 온라인과 넘나들거나 하지 않으며, 대부분 현장에서 일회성으로 종료됩니다. 그래서 다른 화면의 용어들과 서로 뒤섞이거나 서로 영향을 미치는 일도 없죠. 요컨대 앱의 UX writing과는 다르게 세상 심플한 플로우입니다.

(물론 앱과 지류, ATM이 일치되는 게 베스트입니다만. 말해 뭐해)


다만, 원래 쓰던 출금, 입금, 송금이라는 용어가 아주 어려운가? 이 용어들을 바꾸면 정말 이익이 큰가? 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좀 회의적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것들은 금융의 기본 용어고 자곤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지 않은 용어입니다. 굳이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요.

이 ATM을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미 은행 창구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카드를 만든 분들입니다. 그러고 나서 이 ATM 앞에 선 것이죠. 이 분들이 계좌 개설 및 카드 발급 후 첫 은행 거래를 ATM으로 시작했을 확률, 그리고 입출금과 송금, 또는 계좌 이체라는 용어를 모를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막연히 '할머니들은 한자어로 된 말을 어려워하실 거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UR이든 UT든 돌려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그분들이 지난 긴 시간 언어를 배우고 써오셨을 환경을 생각해 보세요.


아울러 용어를 바꿨을 때 기존 사용자의 사용성이 약간 낮아질 수 있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 ATM 은 시니어 사용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전 연령(맞은편 신원 시장 상인,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는 청장년 층 등)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보편화된 용어를 바꾼 신조어를 처음 봤을 때의 갸우뚱한 느낌, 그러니까 '돈 찾기? 이게 출금인가...? 아마도 맞겠지?'이런 생각을 하게 될 텐데요, 이런 경험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좋다고 하기는 어렵죠.


그러니까 죄송한데 우리는 이걸 '출금, 입금, 송금(또는 이체)'이라고 부르기로 했거든요. 그게 사회적 약속이라 가지고...


우리는 이걸 보자기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게 사회적 약속이라 가지고...



UX writer는 뭐가 보편적 표현인지, 사람들이 대상을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잘 관찰해야 합니다. 우리가 언어의 왕(?)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만든 개념이 아니면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에 반항할 수 없어요. 언어의 파도에 푸들푸들 흔들리는 미역 줄거리처럼 몸을 맡기며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 요즘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해야 이걸 연상하는구나? 오, 이 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기는 하는데, 이 단어가 이 개념을 집어삼켰구나?' 이렇게 잘 관찰해야 합니다. 물론 사전의 힘이 대단하죠. 국어학 석학들과 석박들의 명석함은 어마 무시합니다. 그렇지만 사전에 등재되거나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제가 알기로 국어원은 상당히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언중의 언어습관을 살펴보고 반영해야 하는 UX writer는 온전히 국어원 의견에 따라갈 수만은 없습니다.

요컨대, 개척가가 되고 싶다면 개념을 창조하시면 되고, 그게 아니면 우리(사회)가 이렇게 부르기로 한 것이 뭔지, 언어 감지 안테나를 바짝 올려서 적용하면 됩니다.


다시 돌아와서, '돈 찾기, 돈 넣기, 돈 보내기'라는 순화된 용어의 효과가 가장 잘 작동될 유저는 금융 거래가 거의 없는 그러니까 통장을 어떻게 막 개설하고 ATM을 써보려고 하는 소수의 초중등학생, 또는 시니어 고객이겠죠.


첫 사용이라면 이런 레이블이 긴장감을 낮춰주겠죠. 잘 아는 입말을 보면 어쩐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면서 두려움이 좀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시니어 ATM UI의 기획팀은 이 노비스 유저의 첫 경험을 주 사용 시나리오로 두신 것 같은데, 모두에게 첫 경험은 단 한 번이기 때문에 케이스 빈도가 그렇게 막 높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분들이 다른 지점의 ATM을 사용하시는 경우 또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되실 것도 고려해야겠죠. (아니 왜 여기는 돈 찾기가 없는겨...?)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니어 사용자가 ATM 앞에서 섰을 때의 긴장감을 충분히 헤아리고, 일단은 끝 간 데 없이 한번 쉽게 써보려고 했다는 의도와 시도는 자체는 좋은 것 같아요. 시장에 가시는 할머니를 위해서 메인 화면을 4 분할하고, 큰 글씨로 '돈 찾기'를 써보자! 잘 보이게 쉽게 써보자!라고 생각한 그 마음이 저는 참 좋습니다.


아무튼 요약하면 저라면 그냥 기존 용어를 쓰거나, 현재의 쉽게 풀어쓴 말 아래에 기존 용어를 작게라도 병기하는 방식을 써볼 것 같습니다. 화면이 약간 구차해지겠지만, 그래도 두 단어가 나란히 놓이면 모호함이 좀 해소되거든요. 그리고 당분간은 청원 경찰분이나 직원분을 ATM 기 가까운 곳에 배치해서 시니어 분들이 ATM을 더 많이 써보실 수 있게 옆에서 격려하고 ('어머님~ 이거 너무 쉽죠 그죠?') 잘 도와드리면 어떨까 싶어요.

실제로 청원경찰분들이 은행 입구에서 어르신 이용자분들을 얼마나 많이 도와주시는지 여러분들도 아시죠? 진짜, 자식도 그렇게 다정하게 안 도와줍니다. 흑흑 청원경찰 여러분 복 받으실 겁니다.


 

 

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은데, 사실 UT를 빡세게 돌려보면 더 확실해질 것 같아요. 은행은 돈 많으니까 시니어 UX 프로젝트 고고


사건의 빌런: 가독성도 못 챙기고, 보이스피싱은 못 막고


저는 남은 제 커리어에서 다시는 금융권 근처에도 가지 않을 거니까, 앞으로 평생 금융소비자이자 민원인으로 남을 테니까 자신 있게! 금감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합니다.


신한과 KB 출금 플로우 중반에 공통적으로 2개의 글씨가 자글자글한 화면이 있습니다.

신한의 2,3번, KB의 2,6번 화면 말입니다. 저는 이 화면을 볼 때마다 화가 좀 나요. 예상컨대 이거 금감원이든 어디에서 자동화기기 카드 복제기 경고와 보이스 피싱 경고를 넣으라고 지침이 내려왔을 겁니다. 문구는 각자 다르게 쓴 걸 보니 문구까지 지정해 준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읽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KB 쪽이 간결하고 낫지만)

여러분, 금융 서비스 약자인 시니어 사용자가 이 문구를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 화면이 보이스 피싱 방지에 도움되냐고 할머니 열 분께 물어보면, 아홉 분도 안 읽거나 이해 못 하고 넘어간다고 하실 확률에 제 다음 달 간식비(상당한 금액임)를 걸겠습니다.

이런 건 라섹 이후 몽골인의 시력(!)을 갖게 된 저도 안 읽어요, 아니 못 읽어요. 사실상 요식 행위에 가까운 이 2개 페이지는 가독성도 못 챙기고 보이스 피싱도 잘 못 막는 그야말로 위에서 까라니까 깐 것 같은(...) 화면이에요. 앞에서 '돈 찾기, 돈 보내기'로 허들을 낮췄는데, 바로 뒷화면에서 빽빽한 작은 글씨와 어려운 말들로 이런 노력들이 무너지는 게 안타깝습니다.


이런 상황은 오프라인 UI 뿐만 아니라 온라인 UI에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도 9월에 금감원에서 무슨 보이스피싱 지침이 내려왔는지 모든 은행 앱에 일시에 아래 배너가 뜹니다. 다들 막 새로운 은행 앱! 산뜻한 UI! 이런 캐치프레이즈로 팬시하게 앱을 만들고 있다가 갑분 금감원 캠페인 배너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당시도 지금도 저는 여러 개의 은행 앱을 돌려쓰고 있기 때문에 일시에 모든 앱에 아래 배너가 떠서 눈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놈 목소리 3Go’가 뭐야 정말...

그 와중에 카카오 뱅크만 차마 저 배너를 앱에 넣을 수가 없었던 모양인지,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게시글을 따로 올립니다. 이러니까 제가 카뱅을 좋아하죠.



금감원 오리지널 배너 이미지의  3GO 라임에 충격 한 번, 배너 컬러 조합에 충격 두 번...할로윈 아니면 저 조합은 쓰지 맙시다 좀

 

제가 지금 금감원을 까거나, 내려온 지침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담당자에게 뭐라고 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닙니다. 막상 일하다 보면 HWP로 만들어진 지침 고대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암묵적인 분위기, 내가 UX writer인데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레이블링 시스템도 내 마음대로 못하고 안전하게 '금융소비자 포털 뭐시기 같은 구린 이름을 쓰라고 강요받는 분위기... 당해보면 압박감이 상당하거든요. 그게 다 나중에 평가받아야 하는 회사 점수고, 혹시라도 나 때문에 그 점수가 낮아지면 회사생활이 너무나 힘들어지는 거 잘 알죠.


그렇지만, 뭐랄까 이 문제가 너무 심각하니까 이제는 정말 보이스피싱 방지에 대한 UX를 고민하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보이스 피싱을 당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어떤 문구나 단어에 현혹된 것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은행에 도착하는지, 그런 사람들에게 어는 순간에 개입해야 범죄 시도를 저지할 수 있을지, ATM 경고 화면에 뭐라고 써야, 어떤 음성으로 말해야, 언제 메시지를 뿌려야 보이스 피싱 방지에 효과적인지 이런 고민들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은행마다 2천만 원씩 내서(갑분 삥 뜯기) 한 2억짜리 연구 펀드 만들어서 범죄학, 심리학, 정보학, UX, UI 디자이너들 모아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을까, 단계별로 어디에서 사고를 끊어낼 수 있을까 연구해봐도 좋지 않을까요? 정말 금융소비자를 위한다면, 금융소비자포털, 금융소비자보호 메뉴를 웹페이지 구석탱이에 심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정말 지금 이 순간에 꼭 필요한 소비자 연구를 하고,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 디자인을 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현업에서 일하시면서 다들 얼마나 시달리시는지 잘 알지만, 사고를 줄이고, 비용을 낮추고,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시니어 UX를 위해서 이런 ATM UI 뿐만 아니라 다각적인 측면에서 금융 서비스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고민과 조치들을 해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 추이와 규모. 출처: 김민정 외, 보이스피싱 피해 경험 및 영향요인 분석, 소비자문제 연구, 2021



사건의 결말: 필요한 건 이해와 기다림


우리 어머니는 아직도 시장 앞에 있는 새마을금고에서 출금 용지를 써서 돈을 뽑으십니다. 연세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도 카드를 쓰다가 잃어버릴까 봐 무섭다고 하시고, ATM 기계도 어려워하십니다. 정확히는 자신 없어하세요.


작년에 재난지원금이 나왔을 때 모 은행에 같이 가서 체크카드를 만들어 드렸어요. 카드를 만들고 나와서 함께 ATM에서 돈을 뽑는 연습을 했습니다. 새마을금고에서 용지 그만 작성하시고 이제 ATM 쓰시라고, 기계의 시대니까 엄마도 이거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엄마는 한 없이 헤매셨습니다. 그 여름에 점심 사드린다고 을지로 입구로 나오시라고 해서 을지로 지점에서 카드를 만들었는데, 바삐 들어와 돈을 뽑아서 후딱 나가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ATM 하나를 점령한 엄마가 긴장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던 게 자꾸 생각나네요.

내 뒤에 누가 없나, 나 때문에 누가 짜증내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던 긴장된 어깨도, 다음 화면이 나오면 어쩔 줄 모르고 불안하게 흔들리던 손가락도 기억이 납니다. 쉼 없이 나오는 냉정한 기계 목소리, 삑삑 촤르르 덜컹거리는 소리, 화면의 뻘건 경고 글씨 모두 엄마의 자신감을 하락시켰습니다.

결국 두 번만 같이 연습해보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엄마는 ATM을 못쓰세요.


그런데 말입니다, 엄마는 휴대폰은 아주 잘 쓰십니다. 유튜브도 매일 보시고, 이모들이 깔아 준 캐시슬라이드 앱의 문제를 맞히시면서 포인트 모아서 통닭 시켜먹자고 하시고(물론 포인트로 통닭 주문하는 과정은 모르니까 네가 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임영웅 노래 듣기 앱도 누가 깔아줬는지 저번에 보니까 있더라고요.

휴대폰을 쓰는 사람이 ATM을 못쓸 리가 없는데 왜 무서워하시지... 생각해보면 역시 휴대폰은 나 혼자 연습해볼 수 있고, 계속 다시 시도해 볼 수 있고, 나만 쓰는 거라서 망쳐도(?) 상관없고, 누가 재촉하지도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ATM과 키오스크는 그렇지 않잖아요. ATM은 한 달에 한 번 쓸까 말까 하니까 자꾸 사용 방법을 까먹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얼마나 인내심이 없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누가 앞에서 버튼 하나 잘못 눌러서 초기화되면 뒤에서 어김없이 궁시렁 궁시렁...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압박감은 저 같은 젊은 사람들도 위축되게 합니다.

하물며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사용자들은 어떻겠어요. 맥도널드 키오스크에 시달리다가 힘겹게 돌아온 박막례 할머니도, 이마트 푸드코트에서 키오스크를 못써서 그냥 바라보다가 점심도 못 먹고 돌아오셨다던 우리 큰아버지도 그런 당혹감과 위축감으로 발걸음을 돌리셨을 겁니다.


결국 시니어를 위한 UI, UX의 핵심은 이해와 기다림이 아닐까 생각해요.

조금 더 노인 사용자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느리거나 실수하셔도 괜찮다 괜찮다 기다려드리고 격려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내심을 갖고 자식도 못하는 도움을 주시는 은행 창구 직원 여러분, 청원경찰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들숨에 건강을 얻고 날숨에 재력을 얻으시길...!



ATM 조사를 마치고 나자 제 손엔 현금 10만 원이 들려있었습니다. 겨울엔 항상 붕어빵 사 먹으려고 카드 지갑에 꼬깃하게 접은 만 원짜리 한 장을 넣고 다니는데, 오랜만에 반지갑이 현금으로 두둑해졌습니다. ATM에서 뽑은 돈으로 맞은편 신원시장에서 장을 봐서 집에 돌아왔어요. 집까지는 한 시간 반이 걸리지만, 워낙 싸고 좋은 시장이니까 반찬거리를 안 살 수 없었네요.

이날 양지순대타운 5층 삼촌네에서 백순대를 못 사 먹은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내 백순대...



 ATM 바로 맞은편 신원시장. 싸고 맛있는 게 많습니다. 꼭 한번 가보시길. 그리고 내겐 별빛 신사리 아니고 순대 신사리.




오늘의 요약


시니어 UI에는 간결성(중복 제거)보다는 정확성(명료함)이 훨씬 중요합니다. 용어를 쉽게 풀어서 쓸 경우 첫 경험하는 노비스 사용자들에게는 좋을  수 있겠지만 그 사용자들의 다른 기기 이용이나 유사 서비스 사용에는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조금  힘들고 어렵더라도 초보 사용자의 두려움을 상쇄시켜서 온보딩을 잘 시키면서, 동시에 어떻게 룰과 용어를 자연스럽게 학습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같이 메시지로 사람을 해하는 범죄에 대해서,  우리가 UX/UI로 뭔가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시니어들이 이해할 수 있는 표현, 받아들일 수 있는 타이밍, 읽은 수 있는 글씨 크기를 제공하는 것부터 고려해 봅시다.

시니어를 위한 UI, UX의 핵심은 이해와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저도 다 늙어요. 우리 너그러워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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