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면류학說]독산 남문시장 황태 칼국수

칼국수 한 그릇과 소중한 겉절이.

by Joo Jun

오늘은 어제 먹은 황태 칼국수 이야기.

마트에 가는 게 어색합니다.
집 근처엔 대형 마트 대신 재래시장이 있었는데 홈 뭐시기 익스프레스니 하는 소형 마트에 가서 채소나 과일을 들여다보면 분명 맞은편 야채가게에서 팔고 있는 거랑 비슷한 것을 목욕시키고 봉지에 담아서 딱 2배 가격을 받더라 이 말입니다.
아니 흙 털고 물에 손 담그는 수고 좀 하고, 특상품 대신 좀 찌그러진 중품이나 하품 먹더라도 이 돈에 나는 2배로 먹겠다. 이놈들아.
뭐 이런 생각으로 야채 가게를 기웃기웃하곤 했죠.
회사 근처로 독립하고 나서도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이 근처 재래시장입니다.
집과 회사 사이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재래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어제 회사 끝나고 슬슬 걸어서 시장에 갔습니다. 두 번째 방문.

'떨이 가게' 또는 '천원땡'이라고 불리는 중하품을 취급하는 야채가게 서너 곳을 쓰윽 돌아보고는
'여기에서는 딸기를 사야지, 저기는 단호박이 300원 싸군, 거기서는 오이를 한 개 더 줬잖아! 돌아가야겠다!' 와 같이 단기 기억력을 총동원하여 가성비 최대의 쇼핑을 했습니다. 중하품을 사는 상황에서 100원이라도 더 비싸게 살 순 없으니까요!
그렇게 양 손을 무겁게 하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아, 아까부터 먹고 싶던 칼...칼국수.
저기 칼국수 집이 있다!
사실 회사에서 시장까지 걸어오면서 칼국수집을 3곳 지나쳤지만 밖에서 메뉴판을 스윽 들여다 본 결과 다 5천원대였어요.
뭐... 칼국수에 5천원을 못쓸 것은 아닙니다만, 앞으로 내게될 월세를 생각하면 돈 쓰기가 좀 망설여지는 게...뭐 요즘 저의 마음 상태랄까.
그런데 그 집은 간판에 3500원이라고 쓰여있었어요. 3천하고도 500원!
물론 계절 별미인 얼큰 바지락칼국수와 냉면 만두 세트는 5천원이었지만 그건 제 관심 밖이고.
좋아 오늘은 너로 결정했다!

밖에서 살짝 기웃기웃 식당 분위기를 살피고 입장.
"칼국수 하나 주세요!"
"무슨 칼국수요"
응? 무슨 칼국수냐니? 재빠르게 메뉴판 스캔. 지잉~
냉면, 물만두, 찐만두, 황태 칼국수.바지락 칼...
아, 이집은 황태 칼국수가 기본이군. 좋아 그렇다면
"황태 칼국수요!"

두근두근 칼국수가 나올 때까지 멍 때리고 러닝맨 재방송을 보고 있다가 칼국수가 나오자마자 신나게 사진 한 방을 찍습니다.
사실 예전 집 앞에 홍두깨 칼국수라고 중국산 김치와 멸치 육수로 끓인 칼국수를 내는 집이 있었어요. 박리다매를 영업전략으로 하는 그 집도 3500원이긴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집이 훨씬 더 좋아요 전.
일단 국물에 황태가 꽤 있습니다. 촉촉 꼬돌꼬돌한 황태가 꽤 씹혀요. 황태 (육수) 칼국수가 아니라 황태 칼국수였어요 진짜. 오오.
면을 육수에 바로 끓여서 전분기로 국물이 좀 걸쭉하긴 했지만 베이스가 황태라 맛있었습니다. 오물오물 황태를 씹으며 ' 어머낭 괜찮다앙~'를 중얼거렸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산 김치가 아닌 국내산 배추+고춧가루로 만든 새김치를 줘요
우왕 굿. 물론 김치를 주실 때 소중하게 김치통에서 꺼내 주십니다만,
조...좋은 겉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기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벽에 붙어있는 것을 보아 정말 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듯.)
오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쌀+계란 가게에서 왕란을 30알 샀어요. 그냥 한 번 기웃거리고 있는데 주인 아줌마에게 잡혀서 그냥 샀어요. 왕란은 정말 커요. 미니 냉장고에 다 안 들어가서 오늘만 계란 3개째 삶아 먹고 있습니다.
제가 근육이 없는 건 단백질이 부족해서라고 했어요. TV에서.
저는 그냥 그렇게 이해하고 있어요. 그러기로 했어요.(...)

기승전 왕란.
오늘은 여기까지.

<4월 7일 가계부>
작은 딸기 1팩 2000원
양상추 1200원
단호박 1500원
오이 4개 1000원
왕란 30개 4800원
총 10500원.
+ 황태 칼국수 3500원.



황태칼국수.jpg 뜨거운 국수. 소중한 겉절이


남문시장.jpg 츠키지 시장 부럽지 않은 남문시장


솔로의 어마어마한 장바구니.jpg 솔로의 겁대가리 상실한 장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