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UX Writing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Jun Mar 20. 2023

글쓰기는 디자인이다

[책추천]Writing is designing, UX 라이터의 글쓰기수업

책 추천 같은 거 원래 잘 안 하는데 말입니다


오늘은 남의 저작물에 좀 업혀가려고 합니다.


제 브런치를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저는 그동안 제가 일하면서 발견해 낸 것들 중심으로 글을 써왔어요. 그러니까 '순수 창작물', '독창적인 주장' 같은 거 말입니다. 해외 UX 라이터들의 미디엄 포스트를 번역하거나, 미국 UX 라이팅 책 요약을 하거나 하는 건 훨씬 더 잘하는 분들이 많고 굳이 제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서 쓰는 일은 꽤나 고통스럽습니다. 다량의 단문을 다루는 UX 라이터 일을 하다보면 장문을 쓰는 기술은 날로 무뎌집니다. 하루에 몇 백개의 스트링을 리뷰하는 건 아무렇지 않은데,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재미도 있어야 하고, 구조도 탄탄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아주 틀린 소리는 하지 말아야 하는 '자신만의 긴 글'을 쓰는 건 고역입니다. 여기서 틀린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건 내 커리어, 이름, 업계에서의 명성을 걸고 '여러분, 이건 이게 맞습니다. 이 정도는 제가 보증할 게요'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고민해서 쓴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대담하면서도 살 떨리는 일이죠. 내 손모가지를 건다까지는 아니어도.


그래서 종종 글 기고나 시리즈 강의 요청을 받아도 고사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은 제가 관리할 수 있는 공간에만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혹시나 나중에 추가, 보완, 수정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글을 쓴 당시에는 확신이 있었지만, 어느 날 거대한 충격으로 제 주장을 수정해야 할지 몰라요. 저는 매 순간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나중에 부족한 내용을 말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언제든지 그 의견을 수정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잖아요? 고치지 않고 체면 때문에 버티고 고집부리는 게 훨씬 부끄러운 일이죠. 물론 수정을 안하는 게 제일 좋으니까, 글을 쓸 때는 가능하면 100% 증명된 사실, 또는 80% 정도 무르익은 내용만 담으려고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고혈을 짜듯 글을 쓰다가 남이 죽을 힘을 다해 짜낸 책을 보면 참 편하고 즐겁습니다.

저는 특히 저자가 확신을 갖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책을 무척 좋아해요. 오늘 소개할 이 책도 그런 책입니다. 


이번 글에선 미국 UX 라이터가 자신의 무르익은 경험을 쓴 책, 실무 UX 라이터로서 제가 굉장히 공감했던 책 Writing is designing(번역서 명: <UX 라이터의 글쓰기 수업>, 유엑스 리뷰, 2023)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냥 책 요약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오늘 브런치 포스팅엔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을 제 경험과 함께 이야기해 볼까 해요. 



원문으로 읽으면 더 좋고, 내용 파악을 위해서는 번역서도 괜찮습니다. 단, 예문은 영어 원문을 찾아 읽으세요.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UX 라이터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2020년도였는데, 그때 느낌은 '사람 사는 거, 일하는 거 다 똑같구나'였습니다. 저자 Michael J. Metts와 Andy Welfle는 어도비와 익스피디아의 콘텐츠 디자이너였는데, 이 사람들이 회사에서 겪는 일, 하는 일들이 놀랍게도 제가 그동안 UX 라이터로 일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지금 하고 있는 일, 업무 방식들과 매우 비슷해서 정말 깜짝 놀랐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것 말입니다.


p.44(이하 번역서) 

(회사에서 디자인 싱킹 워크숍 진행 중)...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어떻게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했다. UX 라이터의 차례가 되었다. 그는 사과하는 것으로 말을 시작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문을 연 UX 라이터는 "제가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제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건 사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 사람은 대기업의 UX팀에 채용되었음에도 남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제가 L전자에서 UX 라이터로 일했을 때, 또 지금도 가끔은 이런 상황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 사람은 텍스트 전문가니까 "UX 디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 하는 시선 말입니다. 물론 제 입장에선 좀 불편하죠. 디자인팀에 소속되어 있지만 디자이너 취급을 못 받는 어정쩡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감 있게 UI 텍스트 리뷰를 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저는 UX 랩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커리어도 UI 디자이너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런 시선에서는 비교적 당당한 편이었습니다. 내심 전공이나 경험에 있어서 꿇릴 것 없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웬만한 디자이너들보다 많은 기획서를 리뷰했기 때문에 별의별 상황들을 다 봤다고(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생각도 했고요. 기능 담당자가 그 모델의 담당 기능을 잘 챙겼을 때, 저는 시즌별로 출시되는 제품의 모든 화면 기획서를 꼼꼼하게 다 리뷰했으니까 특정 피처에 대한 이해는 담당자 만큼 깊지 않을지라도, 일단 다루는 대상의 양에서 큰 차이가 있었어요. 빡세게 구른 고연차의 UX 라이터는 많은 디자인과 케이스를 접하기 때문에 한 기능을 깊게 파는 UX 디자이너와는 다른 시야를 갖게 된단 말이죠. 그런데 처음엔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조직에 많이 없었던 게 문제였습니다. 꽤나 답답한 노릇이었죠. 


결국 일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기획안의 텍스트를 좀 예쁘게 워싱해 주세요'하고 들고 온 담당자분에게 텍스트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플로우, 에러문구가 따로 준비되어야 하는 엣지 케이스, 레이블의 인포메이션 아키텍처, 다른 기능/화면과의 일관성 이슈를 이야기하면서 기획 문서에 구멍을 살포시 메꿔주는 일을 반복하니까, '아... 저 사람은 그냥 텍스트 워싱(Text washing)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UX 전문가구나'라고 인정해 주시더군요. 


p.47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 UX 라이팅을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이는 실로 막중한 책임이다. 단순히 버튼이나 이동 메뉴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사고방식을 바꾸기 때문이다.
 
"설득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언어로 어떤 환경의 경계를 설정하고 통제하면 저도 모르게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거예요."


물론 제가 못돼서 일부러 그렇게 문제를 지적했던 건 아닙니다.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남의 귀한 산출물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파내려는 그런 사악한 사람 아닙니다 저 ㅋㅋ. 

화면 구성이나 플로우가 정상적이어야 멀쩡한 텍스트를 쓸 수 있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문제를 짚고 갈 수밖에 없었던 적이 대부분이에요. UI 텍스트는 UX 디자인 그 자체이므로, 디자인이 이상하면 텍스트도 이상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건 사람하고 똑같습니다. 정상적인 사고로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멀쩡한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불안정하게 삐그덕거리는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말만 논리정연하게 하기는 어렵다고요.(아니, 생각해 보면 그게 더 이상해... 차라리 일관성 있게 , 이상한 행동을 할 거면 말도 이상하게 하라고. 그게 더 자연스러워!)

 

언어는 사용자 사고의 지경(地境)을 정의하기 때문에 그 정의 과정에서 시각적 디자인 요소와 반드시 손발이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UX 라이터는 어쩔 수 없이 텍스트 리뷰를 하면서 근본적인 UX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고, 결국 좋은 UX 라이터는 좋은 UI/UX 리뷰어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제품의 사지육신(시각적 요소)과 목소리(정보의 질과 양, 출현 맥락, 보이스와 톤)를 멀쩡하게 결합시켜서 내보내려면 억지로라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아무튼, UX 전공자인 저에게도 UX 라이팅과 라이터라는 직군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테크 베이스나 백그라운드가 없는 콘텐츠 에디팅, 편집, 언론, 마케팅 업계에서 전직한 UX 라이터들에게는 이런 시선이 훨씬 더 가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훌륭한 인문계 인재들을 주눅들게 만드는 이런 분위기가 정말 짜증 나요. 다들 뭐 산부인과에서 UX certificate 쥐고 태어난 거 아니잖아요 ㅠㅠ

그래서 개인적으로 UX/UI 디자인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 편입니다. 텍스트 워싱이나 하는 빨래꾼 취급 당하지 않으려면 이 악물고 언어로서 디자인을 관통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게 시니어 라이터인 저의 물러설 수 없는 수련 방침입니다. 


쓰거나 쓰지 않거나 뿐이야. Writer's block 따윈 없어. 릴리스는 일정대로 가는 거야.


앞서 말했듯 대부분의 UX 라이터는 제품의 굉장히 넓은 범위를 다룹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UX 디자이너, UI 디자이너, 기획자, PO, PM 그 모든 stakeholder의 가장 충실한 조력자가 되고 싶어 하죠. 


만약 여러분이 샤넬 23 S/S 시즌을 담당한 디자이너라면, UX 라이터는 런웨이에 나갈 옷들을 모델의 몸에 딱 맞게 만들어주는 장인 재단사입니다. 그들은 당신 이름이 새겨질 멋진 의상을 만들어 줄 모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부디 그들을 동료 디자이너로 인정해 주세요. (나 지금 약간 눈물 고였음)


Any sufficiently advanced UX writer is 
indistinguishable from UX designer.
고도로 발달한 UX 라이터는 UX 디자이너와 구분할 수 없다.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조금은 아쉬운 이유


사실 21년에 우리 팀의 다른 UX 라이터분들과 이 책을 번역하려고 판권을 알아봤는데, 벌써 다른 출판사가 판권을 사갔다고 해서 못했었습니다. 일찍 일어난 새가 졸리다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처럼 더 빨리 움직였어야 했는데, 한 발도 아니고 여러 발 늦었습니다. 당시 내부적으로 이 책 외에도 몇 권의 책이 물망에 올랐는데, 모두 이 책이 가장 좋다는 의견이었어요. 저만 좋다고 인정한 책이 아니라는 겁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Writing is designing(번역서 명: UX 라이터의 글쓰기 수업) >= Strategic Writing for UX(번역서 명: 전략적 UX 라이팅) >>>>>>>>>>>>>>|높은 벽|>>>>>>>Microcopy: The Complete Guide(번역서명: 마이크로카피 2/e)입니다. 

저도 <마이크로카피> 초판본을 갖고 있고 두어 차례 정독했지만, 이제는 Outdate 된 사례가 많고 약간은 정보 모음집이나 전과(?) 같은 느낌이라서 막 좋아하진 않습니다. 분량이 많고 자세하긴 한데 정리와 편집이 잘 안 되어 있기도 하고요. 조금 읽다 보면 정신이 없어서 머리가 아파요. 

사실 저자 Kinneret Yifrah 씨가 이스라엘 사람인데 영어 텍스트를 사례로 삼아 저술했기 때문에 뭔가 좀 어색한 느낌이 있어요.(여러분 저자가 미국 UX 라이터인 줄 알았죠? 사례가 다 미국 서비스니까요. 근데 아닙니다. 이스라엘 사람이라고요) 북미 서비스를 제3자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좀 억색한 느낌이랄까.... 쉽게 말해서 한국어 UX 라이터인 제가 미국 영어 라이팅을 사례로 삼아서 책을 내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물론 할 수는 있는데 그게 막 핍진하고 쫙쫙 달라붙고 그렇지는 않을 거잖아요? 제 모국어가 아니고, 제가 그동안 영어로 UX 라이팅 작업을 해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차라리 Kinneret Yifrah 씨가 영어가 능숙하시더라도 이스라엘어 UI Text를 이스라엘 UX 업계의 관점으로 분석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늘 하곤 했었습니다. 물론 그랬다면 지금처럼 인기 있지 않았겠지만 말이죠.(다들 이스라엘 앱에 그렇게 관심 없으시잖아요) 그래서 저는 <마이크로카피>를 UX 라이팅 입문자에게 잘 추천하진 않습니다. 주니어 이상이 업무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 가끔 전과처럼 찾아보기 좋은 책이라고 할까요. 


대신 저는 이 책 Writing is designing을 추천하겠습니다. 구성도 탄탄한 편이고, 실무를 하다 보면 겪게 되는 일에 대해 꽤 자세하게 설명해 두었어요. 가끔 실리콘 밸리의 프로젝트 운영 실무책을 보면 '이게 뭔 소리여... 쌀국에서는 진짜 이렇게 프로젝트를 한단 말이여?' 하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딱히 그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어요. 대략 80% 정도 지금 제가 일하는 환경, 상황, 작업 방식, 어려움, 고민, 빡침 포인트, UX 라이팅 철학 이런 게 비슷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죠. 우선 제목. 원제 <Writing is designing>이 진짜 좋았는데 번역하면 'UX 라이터의 글쓰기 수업'이라고 제목을 붙여서 이 책이 서점 자기 계발 매대에 가있더라고요? ㅋㅋㅋㅋ 아니 이 사람들이 ㅋㅋㅋ 물론 보다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기 위해서 후킹하는 제목이 중요하다는 건 십분 이해하지만, UX 라이터 입장에서 원제인 <Writing is designing>이 저자의 피를 토하는(?) 주장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많이 아쉬웠어요. 


다음으로는 예문 번역. 본문 번역은 꽤 좋은데 사례 번역(슬랙 앱이나, 다른 예시 앱 화면 등)이 별로입니다. 물론 이건 번역자님의 역량의 문제는 전혀 아닙니다. 단행본 번역과 UI 텍스트 현지화(UX Localization)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서 그래요. 영어권 사용자가 영어 원문으로 보면 위트 있고 좋은 사례일 수 있지만, 그걸 직역한 한국어가 좋은 사례일 수는 없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너무 다르니까요. 그래서 이런 책의 예문을 번역할 때에는 저자의 의도를 살려서 한국어 UI 텍스트답게 바꿔야 하죠. 

이런 UI 텍스트의 초월번역이 왜 중요하냐면, 보통 독자들은 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무조건 예문을 보고 똑같이 따라 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UX 라이팅 전문 서적에 스타일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한국어 예문 번역을 싣으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거죠. 더 쉽게 말하면 번역투의 어색한 텍스트 스타일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따라 하려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는 말입니다. 

달을 보라니까 손가락을 보고서는 '자, 여기 길쭉하게 달을 따라 그려봤습니다' 이러는 분들이 분명 있다니까요. 실제로 엉뚱하게 번역투를 적용한 한국 앱들을 좀 봤는데, 저는 이게 마이크로카피 책 예문 번역의 폐해라고 의심하고 있어요. '마이크로카피 책하고 비슷하게 써보기' 이런 거 한 사람이 분명 있을 겁니다.

전문 서적이 오히려 독자들의 역량을 후퇴하게 만드면 되겠습니까? 그러니 UX 라이팅이나 글쓰기 관련 책을 번역하는 출판사에서는 꼭 예문 번역을 현직자거나 실무를 경험한 UX 라이터에게 감수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진짜 제가 간곡하게 빌게요. 


ET 손가락 그만보고 달을 보세요. 둥근 게 달입니다. 


그래서 이 Writing is designing, UX 라이터의 글쓰기 수업 책을 읽으실 때는 번역본의 내용 위주로 읽으시고 사례 예문은 영어 원문을 그대로 읽은 다음, 그 자체로 이해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 규칙은 UX 라이팅 관련 영어 아티클이나 번역서를 읽을 때에도, 영어권 서비스나 앱을 BM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번역된 예문 읽고 따라하지 마세요. 

저자가 문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했는지를, 그 언어 그대로 원문으로 이해하고 

한국어로 된 자신의 글에 적용하세요.


지루하지만 단단한 책 읽기 시간


저도 한국, 미국 실무진들의 블로그 포스트나 아티클을 많이 읽습니다. 지금처럼 쓰기도 하고요. 

하지만 관련 전문 서적이 출간되어 있다면 항상 블로그 포스트 보단 책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블로그나 아티클은 간결하고, 이미지도 많고, 재미있고, 시간도 얼마 안 들어서 좋긴 하지만, 깊이 있는 지식을 쌓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블로그 포스팅을 쓰는 저를 보세요.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이야기를 주로 하잖아요? 

반면 보통 책은 저자가 정말 많은 걸 준비해서 고민해서 씁니다. 특히 전문 서적일 경우에는 더더욱 고심해서 만들죠. 학위 논문만큼은 아니어도 하나의 체계를 세워서 큰 문제없이 책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고통만큼 가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입문자라면 너무 온라인 아티클만 읽지 말고, 잘 정련된 좋은 책들을 찾아서 진득하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 부디 훌륭한 전문가가 고통스럽게 고아낸 진액을 읽으세요. 정관장 10년근 홍삼 진액 같은 글이요.


돌이켜보면 저도 학생 때, 주니어 때  책을 같이 읽고 발제하는 독서 모임을 많이 했었습니다. 한두 챕터씩 나눠서 발제하고 토론하고 나중에 발제문 같이 공유하는 모임이요. 지루했지만 단단했던 그때 그 시간들이 나중에 큰 자산이 되더라고요. 회사에서 일하면 트렌드 리서치와 BM, 크리틱을 밥먹듯이 하고 또 리서치 팀에서 보내주는 자료를 매일 받게 되지만, 진득하게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책 모임은 거의 하지 못하게 됩니다. 입문자, 주니어 현직자라면 시간을 부러 내서라도 뜻이 맞는 사람끼리 같이 책을 사서 읽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모임을 자주 하시면 좋겠네요.

요즘 출판사들 사정이 안 좋아요. 돈 있는 현직자들이 전문 서적들을 많이 사줘야 또 좋은 책 판권을 사 와서 한국어로 번역, 출판해 주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괜찮은 책이라면 사서 소장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물론 우리의 돈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선구안이 중요하겠네요. 그나저나 UX 책 왜 이렇게 비싼가요. 흑흑



* 이 책 소개는 출판사랑 1도 관련 없습니다. 내 돈, 내 산, 내 의지로 쓴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케팅과 UX 라이팅의 공동 경비 구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