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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Aug 01. 2017

카카오뱅크의 레이블(1)

금융 앱은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진짜 오랜만에 하루 한 깜을 쓴다.   

카카오 뱅크 가입하면서 깜짝 놀라서 안 쓰고는 못 배길 지경이 되었음.


Good

사용자가 알아야 할 것만 알려 준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말고.


이렇게 할 말만을,  매우 적게하는 금융 앱을 본 일이 없다.

출처: Kakao Bank-launch- 연합뉴스


사실 나 진짜 감동받았다.

쓸데없는 말 다 걷어내고 이렇게 적은 말만으로 등록 플로우를 마쳤다는 데에... 인민대회의장 박수 같은 거 쳐주고 싶음.


시작 페이지부터 쓸데없이 빈 화면에 마케팅 문구 같은 거 안 넣고(뭐라고 나불나불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었을 텐) 로고 B와 Sign up 버튼만 넣음.  

이후 등록 과정 내내 쓸데없는 말을 거의 안 한다.
오로지 사용자의 액션과 수행해야 하는 태스크에만 집중할 뿐.

가이드 문구는 최소화하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해야 하는 행동만 매 화면 당 2 문장 내외로 제공한다.


이게 왜 대단한 것이냐면 모든 금융 앱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잡다한 레이블을 화면에 추가하려고 하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 금융 앱 (LG 페이) 레이블을 써봤지만, 금융, 핀테크 앱에서 말을 적게 하기가 참 쉽지가 않다.


보통 앱을 디자인하는 과정에는 과속방지턱 같은 걱정 분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에러 났을 때 사용자가 모르면 어떻게 하냐, 여기서 오류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거 보안이 중요한데 혹시 문제 생기면 소송 나올 수 있으니까 여기에 경고 문구를 미리 줘서 문제를 회피하자...' 등등

걱정이 하늘에 찌르는 유관부서 아저씨들이 잔뜩 있었을 수 있다.
(무서워서 이불 밖으로 어떻게 나와서 출근했는지 의심될 정도... )


직급 높고 걱정 많으며 쓸데없이 힘만 있는 아저씨들을 물리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 모든 것을 딱 잘라낸 용기. 그 깡.

그게 정말 대단한 것이다.


만약 그런 아저씨들이 주변에 없었던 것이라면...?

그건 UX 디자이너 선생... 전생에 당신은 나라를 구하고  
에... 또 독립운동을 하고... (으응?) 아무튼


존경합니다. UX 디자이너님.

부럽습니다.  


이 간결함의 기조는 거의 모든 카카오 뱅크의 거의 모든 페이지에 적용되고 있다.  

이것만으로 카카오 뱅크는 다른 모든 금융 앱에게 승리했다.  


Bad 

  

느낌표 아껴 씁시다.

아니, 지금 느낌표를 쓸 때가 아니라고요.


이 포스팅의 콘셉트가 까는 거니까일단 소소한 것부터 까 보자.

UX 디자이너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그 내면의 격정적인 성정을 이기지 못하고 느낌표를 남발하는 것이다.


이 기능 너무 좋아, 이거 너무 꼭, 확실하게 알아줬으면 좋겠어. 이거 잘 팔렸으면 좋겠어.이거 눈에 안띄는 거 같은데 어쩌지.

으아아아!!! 봐줘 봐줘 봐줘 봐줘!!!

라는 느낌으로 비글미(...)를 발산하며 느낌표를 남발하는 경우를 왕왕 보는데, 이거 잘 생각해야 한다.


레이블에 느낌표를 남발하면 텐션이 높아지게 되고 화면의 분위기가 밝아지게 된다. 좋게 말해서 밝아지는 거지 사실 진중하지 못하고 가벼운 느낌이 생기게 된다는 말이다.
(꺄아 꺄아 꺄르르르...)

마케팅 소구 포인트나 카피 문구 등에서 제한적으로 느낌표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사실 안 써도 무방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안 쓰는 게 좋다.
'비상금이 이럴 때 유용'하고 '친구에게 뱅을 소개하라'라고 하는 부분은 화면 내에서 비교적 가벼운 항목에 속하기는 하지만...아무리봐도 역시 안 쓰는 게 낫다.
안 써도 아무 상관없다.

화면의 마지막을 하이텐션으로 끝낼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느낌표는 언제 써야 할까?

정답:  주의하지 않으면 중대한 에러가 발생하거나, 사용자가 실패를 경험할 확률이 높을 때


바로 이럴 때. 엄청난 허들이 있을 때.

출처: 카카오 뱅크 돌풍…UI-UX 디테일 통했다


카카오 뱅크가 물 흐르듯이 술술 넘어가서 가입자를 갈퀴로 긁어모으고 있지만, 그와중 낙오자가 발생하는 부분이 어디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바로 이 신분증 등록 플로우다.

이 신분증 등록 씬이 얼마나 어렵냐면 바로 앞 화면에서 예고까지 한다.


'이보시오. 지금부터 엄청 어려운 게 시작될 겁니다 그려.

준비됐소? 진짜?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는데? 지갑에서 민증 꺼냈소? 있어? 뭐 없어? 빨리 가져와.'


이런 사전 경고 문구는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이런 자글자글한 경고 문구를 깔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신분증 등록 씬은 사용자 유입에서의 가장 큰 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산을 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


이러고 난 다음에 카메라가 켜지고 딤처리된 검은 화면에 위와 같은 경고 문구가 뜬다.

다시 한 번 보자.

UX디자이너 내면. 그  날 것의 거부.


밝은 배경 싫어요! 빛 반사 안돼요!


유아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단순한 경고 문구에 느낌표를 붙여서 주목도를 높였다.

다시 말하지만 앞 화면의 장황하고 자글자글한 글자를 누가 읽겠는가.
아무도 안 읽는다.

단언컨대 디자이너는 앞 화면에서는 단 2 단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만 건졌을 것이다.

그러고 실제 촬영 화면에 진입하자마자, 다급해진 나머지 '밝은 배경! 빛 반사!'라는 자주 발생하는 인식 문제에 대해서 느낌표로 강조하고 있다. 낙석 조심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이런 정보 제공 방식이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배경의 조도나 반사는 카메라 단에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제일 좋겠지. 말로 경고하지 말고.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에 알아서 조절해 주는 게 최고다.

그러나 제조사도 카드 인식 솔루션 사서 쓰는데 그런 게 될 리가 있나. 카메라 성능도 제각일 텐데 다운로드 앱에게 디테일한 카메라 컨트롤까지 바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느낌표도 나쁘지 않다. 저런 낙석 조심류의 경고 문구도 필요하면 쓸 수 있다.


요컨대 느낌표는 위급한 순간에만 써야 한다.

쓸데없이 화면에 뿌리면 나중엔 사용자가 반응을 안 한다.


느낌표.

그것은 스테로이드 같은 것.(...)



느낌표 (--標)

명사

명사 <언어> 문장 부호의 하나. ‘!’의 이름이다. 감탄문이나 감탄사의 끝에 쓰거나, 어구, 평서문, 명령문, 청유문에 특별히 강한 느낌을 나타낼 때, 물음의 말로 놀람이나 항의의 뜻을 나타낼 때, 감정을 넣어 대답하거나 다른 사람을 부를 때 쓴다. [비슷한 말] 감탄부ㆍ감탄 부호.


쓰지 말라고! 아껴 쓰라고!

호! 박! 고! 구! 마! (<-이럴 때나 쓰세요.)


... 고작 느낌표 하나에 대해 썼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다.

다른 부분은 다음 글에서 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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