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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말배우 Aug 22. 2024

{스페셜 페이지} 일반인 뮤지컬의 매력

열정과 에너지, 건강한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곳!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일반인이 하는 뮤지컬 공연! 

솔직히 퀄리티 많이 떨어질 거라 생각하셨죠?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하며 팔짱 끼고 보려 하셨죠?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해도 된다. 왜냐면 나도 처음엔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 뮤지컬의 매력을 알게 되면 분명 전문 배우 공연보다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영업해 볼 테니 구미가 당기는지 한번 잘 들어보시라.


일단 나는 프로 뮤지컬 공연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 자주 볼 수는 없지만 보고 싶은 극이 있으면 얇은 지갑을 털어 기꺼이 보고 온다. 좋은 관극은 황홀했던 그 순간의 기억이 최소 2주에서 최대 평생까지 마음에 남기 때문에 (물론 아직 평생까지 살아보진 않았는데 그럴 것임이 분명하다.) 뮤지컬이 아무리 비싸도 내가 이득이다. 아무튼 그렇다. 뮤지컬 볼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이 출근에 큰 동기가 되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대 실 망을 하고 오기도 한다. 그건 바로 '익숙해진 연기'를 봤을 때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런 연기가 있다. 이 대사를 이미 너무도 많이 반복하여 생기를 모조리 잃어버린 연기... '이 배우분 이번 공연하고 저녁 공연도 하시겠지? 힘들겠네... 뮤지컬 배우도 참 극한직업이야...'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하고... 화났을 때는 화난 톤의 대사를 하고 사랑에 빠졌을 땐 사랑에 빠진 목소리로 노래를 해야지 하는 계산이 느껴지는 연기. 연기하는 자판기 같달까... 물론 발성은 짱짱하시고 여전히 극장 천장을 날릴 것 같은 성량으로 노래하시고 연기도 깔끔히 정제되었지만 살아있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므로 나만 느낀 것일 수도 있고, 모든 프로 배우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가끔 그럴 때가 있었다는 것이니 오해는 금물! 대부분의 뮤지컬 공연은 정말 최고다. 내가 왜 뮤지컬 덕후겠는가!)


근데 일반인 공연은 다르다. 눈빛부터가 다르다. 프로 배우들은 같은 공연을 적어도 몇 개월 반복할 테지만 일반인 공연은 딱 한 번의 주말 동안 하기 때문에 그 이틀 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 실력이 좋은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지만 무대에 진심인 정도는 다들 똑같다. 현생에 치이면서도 틈틈이 연습했던, 귀한 주말을 기꺼이 헌납하며 연습했던 소중한 내 파트를 어떻게든 잘 해내기 위해 눈에 불꽃이 튄다.


아마추어 배우들은 다른 현실적인 이유는 전혀 없이 오직 '하고 싶기 때문에' 뮤지컬을 한다. 거기서 오는 신선한 에너지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마추어 배우들이 끝까지 짜낸 에너지로 가득 찬 무대를 두 시간가량 보고 있자면 내 마음속에도 뭔가 뭉클한 것이 벅차오르게 된다. 내가 뭘 저렇게까지 열정을 다해본 것이 있었던가, 괜히 자기반성도 된다. 나는 동호회 공연을 보고 온 날이면 괜히 연습실에 들러 더 성심껏 연습을 해본다. 받아 온 에너지가 커서 그렇게라도 뭔가 해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러분도 언젠가 공연을 보고 나면 마음속 묵혀뒀던 나만의 작은 도전을 당장 실천해야겠다 다짐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절대적인 실력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는 편이 좋다. 하지만 이건 콘서트가 아닌 뮤지컬이기 때문에 그마저도 괜찮다. 뮤지컬은 노래보다 연기에 비중이 실리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 순간에 최고로 몰입해 있는 연기와 표정을 보고 있자면 노래 실력은 아무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짤막 지식!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는 무엇일까? 둘 다 스토리가 있고 배우가 연기와 노래를 하며 화려한 의상과 무대 장치들이 존재하므로 상당히 비슷한 장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오페라는 연기보다는 노래에 방점이 찍히고 뮤지컬은 노래보다는 연기에 방점이 찍힌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오페라에서는 ‘오페라 가수’라고 하고 뮤지컬은 ‘뮤지컬 배우’라고 한다. 어디에 더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오페라와 뮤지컬이 갈리는 것이다.


그리고 감동의 끝판왕은 역시 커튼콜! 모든 출연진이 나와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 순간에는 주연과 조연 관계없이 모두가 박수의 주인공이다. 무대에 선 모든 배우들이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성취감과 뿌듯함 등 다양한 감동이 벅차올라 있는 그 얼굴들을 보노라면 박수를 치던 나도 코가 찡해온다. 그들이 흘린 땀과 인고의 시간을 어렴풋이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화끈한 열정의 도가니인 일반인 뮤지컬이 궁금하지 않은가? 지인 중 뮤지컬 동호회를 하는 사람이 있거나 본인이 동호회를 한다면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인은 없지만 그냥 일반인 공연이 궁금하다면 인터넷에 ‘일반인 뮤지컬 동호회’ 검색 후 네이버 카페 소식을 확인해서 공연을 예매하는 방법이 있다. 인스타그램에도 다양한 ‘일반인 뮤지컬 동호회’ 계정이 있는데, 그곳에 올라오는 공연 소식을 확인하면 누구나 예매가 가능하다. 다만 관객들이 대부분 배우의 가족 또는 지인이기 때문에 관람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라는 것, 그리고 삼삼오오 함께 놀러 온 사람들 사이에 낑겨야 한다는 점은 미리 알아두도록 하자.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고 색다른 자극을 느껴보길 진심으로 추천한다! 분명 신선한 용기와 희망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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