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들에게 '고향'이란?

건물 속에서 자란 우리들에게, 고향이 있을까?

by 하늘보리

전람회 〈향수〉를 듣고 생각이 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VVg3JI4wJTY



1994년 발매된 이 곡의 도입부에는 어렸을 적 뛰어놀던 ‘밭’, ‘동산’, 그리고 ‘흙냄새’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서울에서 자란 나에게는 잘 그려지지 않는 풍경이다. 아주 어렸을 적 한강 유람선을 탔던 기억이 앨범 너머로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것이 정말 기억인지, 사진을 기억이라고 착각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주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은 2000년대, 심심하면 늘 놀러 가던 강남 교보문고이다.


2026년 나의 목표 중 하나는 ‘자연과 친해지기’이다. 근 5년간 나는 자연에서 편안함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산이나 바다에 다녀온 경험담을 들으면, 괜히 튀지 않기 위해 “아, 그래. 나는 바다가 너무 좋아.”라며 웃음으로 넘기곤 했다. 마치 “고양이 너무 귀엽다”라고 말하듯이. 사람들과 대화할 때 반쪽짜리 공감만 남는 순간들이 반복되었다. 어렸을 적 자연을 충분히 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도 솔직히 컸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나는 도시를 사랑한다. 특히 서울은 어디를 가든 친구들, 스쳐 지나간 인연들, 가족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나를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 된다. 아팠던 기억들조차 다시 돌아가 치유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도시에서 나는 큰 활력을 느낀다. 코엑스 스타필드와 지하철 역사를 가로지르며 분주하게 걷는 내 모습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이렇게 코엑스를 미친 듯이 걸어 다닐 수 있을까?


얼마 전 SNS에서 직장이나 학업 때문에 상경한 20대, 30대를 위한 모임 광고를 보았다.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였다. 요즘 ‘향수’, ‘고향’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면서, 내 식견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에게는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태어난 298만 명의 고향은 어디일까? 도시에서 흔한 주거 형태인 월세와 전세로 수십 번 이사를 하게 될 우리의 미래에서, ‘고향’이라는 정의와 그 의미는 무엇일까?


상경했다가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한때 살았던 공간을 다시 찾고 싶어지는 감정은 무엇일까?


“내가 살았던 골목길은 찾겠는데, 정확하게 집은 못 찾겠어.”라고 말하던 지인에게, 나는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으면 나올 거야.”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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