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명 Sep 22. 2019

일기



주어진 시간 안에 두 가지의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돈 버는 삶과 글 쓰는 삶. 항상 시간이 모자라다. 단 몇 줄을 쓰는 것이라도 몇 분이 드는 게 아니라 한 시간 이상씩 들 때가 많으니까. 다른 걸 하기에는 밤이 짧다. 늘 쓰고 싶다.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나와 글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쓰기 실력이 늘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부분에서 조금씩 모자란 사람이 되었다. 쓰기 위해 더욱 가라앉았는지도 모른다. 깊어졌다면 좋으련만. 여전히 이 균형을 어찌 맞춰야 할지 모른다.

내 쓰기의 원동력은 자신감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반은 열등감이다.


'자신감과 열등감'. 이 둘을 가지고 쓴다.

흔히들 문장력과 필력이 좋다고 한다. 내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읽는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면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내 글엔 뭔가 다른 무엇이 있다고 가끔은 나도 느끼니까.

나는 나를 숨기기 위해 쓴다. 남들보다 좋은 스펙도, 다양한 경험도, 폭넓은 인간관계의 소유자도 아니다. 하다못해 그나마 자부심을 가졌던 내 성격도 이제는 너무 변해 나도 마음에 안 든다. 애써 나를 숨기기 위해 집착할 정도로 글을 썼던 건 아닐까. 못난 모든 부분을 덮기 위해, 그럴듯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감보다 더 많은 열등감이 쓰기의 원천이었다.

그래서 삶을 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자주 한다. 아니, 매일 한다. 나는 한 가지라도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이 해결될 때까지 생각한다. 그 한 가지가 내겐 몇 년간 내 삶이었다.

찰싹 달라붙어있던 삶에서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객관적으로 내 삶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센 강에 앉아 가장 많이 떠올렸던 생각들이 있었다.


'나를 숨 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내가 다시 돌아가면 붙어 있어야 하는 곳이 어딘가.

무엇이 내 모든 인생의 문제를 구원할 것인가.

무엇이 지금의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주 사랑.

이제 나는 조금 덜 쓰고, 조금 더 살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