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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명 Jun 10. 2023

베테랑


오늘은 친구 두 명과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 한 명은 외국에 있고, 한 명은 연락 안 한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한 직장에서 10년 정도 일했다니까 둘 다 내게 베테랑이란다. 그 단어가 뭔가 겸연쩍었다. 베테랑이랄 것도없다. 아직도 쭈구리라면 쭈구리인. 뭘 몰라서 다녔고, 억지로 억지로 다녔다. 오로지 버텼고 웃은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들이 한가득이었다. 몸도 아팠다. 몸은 힘들었지만 보람된 시간도 있었다. 지금은 그냥 그럭저럭 물 흐르듯 산다. 농담으로 라떼는 말이야를 내뱉고 있으니! 생각해 보면 회사는 어릴 적엔 모든 게 나와 너무 맞지 않아서 정말 죽을 만큼 괴로웠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그렇다고 또 막 아무렇지는 않은.


좋게 말하면 성숙, 나쁘게 말하면 체념. 모든 게 여기서 변화될 게 없을 거라 체념하지만 꽤 뻔뻔해지기도 했다. 일은 일일뿐, 직장인인 내 모습과는 별개로 나 자신에게 여전히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희미한 자신감을 남겨두며 알 수 없는 미래를 희망한다. 다 말할 수 없는 두터운 시간을 쌓아왔다. 그 시간을 딛고 오늘 내가 여기에 서 있다. 거창하게 표현하긴 뭣하고 여기까지 오긴 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인생에 있어선

내가 제일 ‘베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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