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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나는 봤거든

by 주명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냥 버틴 사람과

이길 힘이 조금 있어서 버틴 사람


누가 더 잘난 사람일까?


궁금해하지 않아도 돼

모두가 그 자리를 지켜냈으니까


사람들은 언제나 위치 정하기를 좋아해

모두가 두 발로 서서 버텨냈는데 말이야


그런데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버틴 사람의

부끄러움에 마음이 더 가


자신감을 가지고 서 있는 사람보다

수줍음을 버텨내고 서 있던 여린 사람에게서

강인함을 봤거든


겨울 한가운데 서 있는 일과

봄의 가운데에 서 있는 일 중

어떤 일이 더 인내로 가득 차 있을까


겨울을 견뎌내는 일이겠지


모두가 봄바람처럼 살랑거릴 때

겨울에 우두커니 서서 찬바람을 맞던

너를 나는 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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