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생일 선물 겸 설날 선물로 동생에게 헤드폰을 사줬다. 한 달이 훨씬 지난 생일 선물이었는데 동생 돈에 내 돈을 보태주려다 마침 할인을 하고 있어서 그냥 전부 내 돈을 써서 사줬다. 구매한 바로 다음날, 가격이 올랐다. 공식 홈페이지 보다 만원 정도 싸게 복지사이트에서 판매하길래 조금이라도 더 아끼자는 심산으로 동생에게 색을 정하라고 연락한 뒤 바로 결제했다. 신기하게 다음날 복지사이트에서 아무리 검색해도 헤드폰이 나오지 않았다. 그날은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헤드폰을 반드시 사야 했던 날이었던 거지.
결제하고 24시간도 되지 않아서 헤드폰이 도착했다. 헤드폰 예찬론자인 나는 내 동생 헤드폰과 내 헤드폰을 얼른 비교하고 싶었다. 왜냐, 내 동생 헤드폰이 두 배 비쌌으니까.
베이스 중심의 내 동생 헤드폰은 저음에 강해서 어떤 노래는 내 헤드폰보다 좋았지만, 어떤 노래는 내 헤드폰이 좋았다.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었다. 물론 내 동생 트리플 블랙은 내 화이트보다 멋져 보이긴 한다.
같은 노래를 들어도 보스와 소니는 차이가 난다. 노래와 헤드폰에 따라 희열에 빠지는 순간이 달라진다.
같은 말도 누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전달하는 데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소통이라는 게 나의 의도와 타인의 이해로 결합이 되어야 완성되니까. 어긋나면 오해를 낳는다. 나는 어떻게 말하며 살아야 할까. 부정보다 긍정을, 힐난보다는 비판을, 그릇됨보다 올바름을, 악이기보다는 선을, 거절보다는 수용을 말해야겠지. 머리론 알지만 쉽게 할 수 없다. 발화가 이성으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마음에서 일어나기도 하니까. 그래도 오늘을 기억하며 살긴 해야 해.
2주 전에 한 파마머리가 마음에 쏙 들어 컬이 죽을까봐 헤드폰을 잘 끼지 않는다. 추운 겨울에 걸맞은 전자 귀마개를 잠시 내려놓고 줄 이어폰 생활을 하고 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끼고 한곡 반복 재생 중이다. 나는 절대 전체 재생이란 없는 사람. 줄 이어폰은 오픈형이라 오른쪽 귀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다행히도 유선이라 걸을 때 바닥에 떨어져 망가질 일은 없다. 그래서 말이지, 커널형의 낫싱이어가 눈에 들어오고야 말았다. 그건 무선이어폰인데 그러니까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