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가에 앉았다. 창밖은 눈이 내리고 강아지를 안고 걸어가는 두 여자와 이 카페에 오려 했는지 문밖에서 만석인 카페 안을 들여다보고 길가에 서성이는 두 여자가 있다. 검은 코트를 입은 두 여자가 카페에서 나가는데 한 여자는 담배 가져올 걸 하며 문을 열어 제낀다. 서성이는 두 여자는 분명 한자리가 날 때까지 눈을 맞으며 서 있을 건가 보다. 이 카페는 저 두 여성에게 자리를 내어줄까. 이렇게 쓰는 순간 포기하고 떠난 줄 알았다라고 쓰려했는데 카페 맞은편에 서 있다. 롱테이블에는 완두콩같이 생긴 여자아이와 부모, 부모의 친구들이 대화하고 있다. 여자아이는 들어오는 사람마다 관심을 두는지 내가 들어와서 콩만 한 본인을 인식할 때까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나 보다. 손 흔들어 인사해 주니 이제야 알았냐는 듯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남자 한 명이 카페 문 옆 구석에 앉았다. 아이는 또 빤히 청년을 바라본다.
창밖에 눈이 조금 더 거세게 날린다. 강아지를 안고 걸어가던 두 여자가 음식을 포장해 이 근처로 다시 걸어오고 있다. 강아지들은 두 여자의 품에 한 마리씩 있다. 이렇게 되면 강아지가 산책하는 오후가 아니라 주인이 산책하는 오후다. 강아지를 품어야 따뜻하니 난방 기기 대신 들고 나왔나 보다. 언제나 완충 상태의 온기라 배터리는 필요 없겠다. 서성이던 여자들은 진작 포기하고 떠났다. 눈이 그치고 해가 떴다.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카페 세 군데를 다녀왔다. 첫 번째 카페에서는 들어서자마자 Bill Withers의 Just The Two of Us가 나와 혼자 기분 좋아서 기절할 뻔했으며, 두 번째 카페에서는 Quincy Jones의 Moody's Mood For Love가 흘러나와 ‘이거 뭐 좀 아는군’하며 감탄했다. 세 번째 카페에서는 헨의 푹이 나와 눈 오는 풍경과 맞아떨어졌다. 노래는 공간과 커피에 풍미를 더한다. 그게 내가 노래 듣기를 좋아하는 이유. 헤드폰만 끼면 생각 없이 걷는 거리는 로드무비의 배경이 된다.
잘 들리지 않지만 롱테이블에 앉아있는 무리의 중 한 남성은 웃긴 사람임이 분명하다. 재밌는 사람은 재밌다. 왜냐면 재미가 없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가끔 생각하는 건데 카페에서 크게 안 떠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대화할 장소가 마땅치 않으니 카페에 오겠지만 떠들러 오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 수다방 같은 건 없나. 아니면 데시벨을 제한해서 일정 기준이 넘어가면 카페에 사이렌이 울리면 어떨까. 사이렌 소리가 시끄러우니까 크게 떠들지 않겠지. 아니면 입도 뻥끗하면 안 되는 카페는 없나. 오로지 에스프레소 머신 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만으로 차 있는 백색소음의 카페. 동생이 자취할 때 옆집 시끄럽다고 성질을 냈는데 나보고 이 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화낸 나는 어떻게 되겠냐고 데시벨 측정 앱을 켜서 내 데시벨을 측정했다. 자기가 생각했던 수치보다 낮아서 더 이상 화내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나는 별로 안 좋아한다.
노래를 틀어주는 사장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소음이 싫어서 헤드폰을 낀다. 사장님 취향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카페 안의 소음이 꽤나 거슬려서요. 대신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이 좋아 검색해서 그 노래를 헤드폰으로 듣고 있다. 노래는 Makoto Matsushita의 Love Was Really Gone. 일본 가수 같은데 영어 발음이 좋다.
또 두 무리가 카페 안에 들어섰는데 소득 없이 나간다. 이 카페 꽤나 알려진 곳이었나 보다. 물론, 나도 누가 좋다는 이야기를 해서 방문했다. 소문은 몸체는 없는데 꼬리는 달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간다. 그렇다면 소문에는 몸은 없어도 입과 꼬리는 있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나 싶다. 헛소문 퍼뜨리기 좋아하는 사람의 입꼬리는 음흉하고 얄밉다.
롱테이블 친목이 끝났다. 카페 밖을 나선다. 그럼 조용할까? 헤드폰을 잠시 빼본다. 조용하다.
창가에 앉아 적고 싶었는데 쓸 말이 없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광에 대해 적었다. 나는 하나의 이야기를 적었고, 이 이야기 안에는 알지도 못하는 낯선 사람들만 가득 등장한다. 한 시공간 안에 다양한 삶이 지나간다. 각자의 이야기를 쥐고 풀었다 하면서. 내 뒤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나에 대해 생각할까?
나는 카페 모허에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