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지도, 그렇다고 못쓰지도 않는 나는 우습게도 국어 시험을 보고 나면 엄마에게 ‘당연한 거 틀렸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물론 문제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 나의 멍청함이 힘을 발휘했겠지만 왜 나의 선택이 꼭 오답이라는 빗금으로 결론이 나야 했는지 이제 와서 궁금하다.
세상엔 무수한 질문이 있다. 그리고, 정말 닳고 닳은 표현이지만 사람의 수만큼 답이 있다. 도덕적 결함 정도는 가려봐야겠지만. 갇힌 세계에서 그저 답을 외워가며 높은 점수를 받는 것만이 지식과 교양의 성적표가 되는 건가. 자꾸 한 쪽으로 답을 몰아가며 생각의 자유와 유연성을 파괴하며 ‘생각하는 동물’이란 정체성을 지워가려는 이상한 세상. 꼬인 나는 생각하는 동물이 또 ‘인간’만 있겠냐며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자조한다. 인간이 아주 조금 더 고차원적일 뿐이겠지.
뭘 더 얼마나 외워야 상위 계급을 차지하고, 얼마나 가져야 후회 없는 삶이 되는지 난 모른다. 노력한 사람의 수고를 내려치는 건 아니다. 내가 공부를 잘 안 해서 이런가 보다.
나에게 어떤 사회적 이름표를 달아줄까 생각만 했던 삶이면 기나긴 인생이 조금 허탈하지 않을까 싶다. 떠나면 쥐고 갈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다 두고 떠나야 한다. 그러니 이곳에 남겨질 내 이름에 진짜 나를 남기고 떠날 수 있도록 많은 질문에 더 많이 답하는 내가 되길. 어차피 정답도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