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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격과 글격

by 주명



가끔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여러 생각을 동시에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 머릿속엔 안개.

오늘은 해가 잘 드는, 구름이 멋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에 앉아 왜 쓰나 생각했다. 다 모르지만 두 가지 정도 알았다.


첫째, 가장 굵어서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생각이라 글로 정리한다. 생각의 갈래가 많은 나는 그중에서도 도드라지는 골격이 있다. 써내야 생각의 흐름을 가장 크게 막고 있는 틀을 치워낼 수 있다.


둘째, 말할 사람이 없다. 매일 누군가를 만나고 다수를 만나도 깊이를 담아내는 대화는 거의 없다. 주위에 그나마 엄마와 동생이 있는데 엄마는 모범생 스타일이라 생각의 ‘자유’라는 접점에 닿으면 제동을 건다. 동생은 대화가 잘 통하다가도 이성적이라 날뛰는 생각은 발로 차버린다. 매정하다. 널 욕하는 건 아니고. 아빠는 음- 됐다(씨익). 생각이 또 딴 데로 튀는 나는 가정의 신비란 이런 것인가 생각한다. 올바른 선장 한 명의 지휘로 망망대해를 헤쳐가듯 내 기준엔 생각의 선장이 세 명이나 있어서 말 잘 안 통하는 아빠는 그저 끌고 가면 된다. 물론, 아빠도 우리 셋을 이끌고 간다. 삼천포 끝.


말할 사람이 없어서 적는다. 적고 나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글을 마주할 수 있다. 그 글에서 나와 동일한 의견을 가진 글격을 만난다. 인격은 아니니까.


자꾸 내뱉어서 내 안의 소리를 지워내고,

내 안의 소리를 바라본다.


그래서 쓴다.


다 쓰고 나서 제목을 정한다.

아무 생각없이 쓴 단어인데 어깨동무가 잘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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