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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녀

by 주명



<아무튼, 여름>을 아냐고 물어왔다. 그 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에도 한여름이 오면 다시 읽어야겠다고 체크무늬 반바지 잠옷을 입은 채 침대에 엎드려 생각했다. <아무튼> 시리즈 중 꽤나 인기가 있는 주제 아니냐고 나는 되물었다. 그녀는 표지가 예뻐서 인기가 있는 거 아닐까 하며 웃었다.


가려던 카페는 만석이었다. 만석이라고 하기엔 테이블은 두 개가 전부다. 인기가 많은 건 유명한 요리학교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기 때문이겠지. 이름이란 어디에 붙어있든 중요한가 보다. 사실 그 카페는 고작 동그랗고 빠알간 간판에 “빵”이 전부인데.


카페로 가는 길에 좋아하는 카페가 있다고 했었다. 나도 좋아하는 카페였다. 만석의 행운을 빌미로 우리는 좋아하는 카페에 가기로 했다. 남들 그냥 스쳐 지나갈 골목의 빠알간 장미꽃을 보더니 저기에 가서 서 보라고 했다. 사진을 찍기 좋아하는 그녀는 내 사진도 잘 찍어준다. 평범한 시간도 그녀와 함께면 웃음만 나온다. 내가 나로 있을 땐 시간을 재지 않듯 그녀와 함께면 시계를 보지 않는다. 나와 결이 비슷한 그녀는 시간을 빨리 삼켜버리는 사람.


겨울을 좋아하는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여름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나뭇가지에 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잎처럼 리듬감이 있다. 깊숙하게 뿌리를 내려놓곤, 아닌 척 하며 그저 흩날리려 한다.


그녀는 비눗방울 같다.

한없이 떠올랐을 때 빛깔을 뽐내는 사람.


날씨에 감탄하는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걸 격하게 아는 사람.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몸을 흔들 줄 아는 사람.


긴 다리로 휘적휘적 길거리를 걸어도 귀엽기만 한 사람


내 인생을 나처럼 고민해 주는 사람.


이런 친구가 있어서 나는

언제든 여름을 마주할 수 있다.

바라는 계절이 늘 곁에 있다는 건 행운이다.


아무튼, 그녀. 아무튼 여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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