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잔으로 원을 그리며 테이블 위를 스윽- 스윽-
챨그락 챨그락 부딪히는 얼음 소리는 여름의 노래다.
맺혀 떨어지는 물방울의 제멋대로 흔적은
또 다른 시원함이다.
가만히 앉으면 들려오는 소리와
피부에 들러붙는 공기는
여름이 가진 습관이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부는 바람은
어제의 나를 지워내고 오늘의 내게 인사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은
내일이란 이름으로 다시 창밖에 서 있겠지.
소중한 건 언제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그것이 저 멀리 도망가 있는 듯해도.
일상의 평범이 가장 특별함을 잊지 않는 여름을 지내자
몇 걸음만 떼면 자꾸 멈춰 핸드폰 렌즈를 닦고
카메라를 켜는 계절이다.
파란 하늘, 머리칼을 흔드는 나뭇잎,
바람의 가벼운 춤, 빛을 뽐내는 태양.
풀냄새를 맡는 강아지와 주인의 미소까지.
결국 눈만 크게 떠도
기쁨의 몸짓을 만끽할 수 있는 오늘이다.
인생은, 내가 사랑하고자 마음먹은 존재의 개수를
늘려갈수록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