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지하철 역사 안의 벽, 얼그레이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 화단에 심어져 있는 꽃, 빗방울 맺혀 있는 버스 창문의 공통점은 내 동생이 전시회 굿즈로 구매한 초소형 현미경으로 바라본 사물. 관찰해보지 않은, 가까이 들여다볼 생각도 안 해본 사물을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들여다봤다.
존재한다고 인지만 했던 사물에 관심이 생기면 관찰을 한다. 작은 현미경이 없었다면 주의조차 끌지 못했을 이름들. 보고 싶다는 마음이 선명해지면 보게 된다. 마음을 먹으면 볼 수 있는 세계는 경이로워진다. 파운드케이크에 올려진 흰 먼지까지 경이로울지는 모르겠다만.
현미경으로 바라보면 보지 못했던 세상이 열리듯, 늘 존재했던 이들의 속사정은 거리가 좁혀질 때 보인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너무 가까워지면 알지 않아도 될 것까지 알게 되겠지만 가끔은 좁은 간격으로 바라보면 예상치 않았던 발견이 있겠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해도 발견의 자명종은
언제나 들여다보는 자들에게만 울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