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를 창문 너머로 마주하면서 센스에 대해 철학적인 관점으로 설명하는 책을 읽고 있었다. 인생이나 여행, 예술작품에 있어 큰 의미와 감상, 흐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작은 의미와 맥락, 굴곡이 중요하다는 부분이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 하지 않았는가. 작은 구성요소가 모여 덩어리가 된다. 나의 한 해, 한 해를 모아 내가 되었듯이.
마침 노래를 듣고 있었다. 노래는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분위기로 사람의 마음을 현혹시키는데, 노래도 결국은 한 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깨달았다. 음계를 어떻게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듣기 좋은 노래가 되기도 몇 초 듣다 끄게 되는 그저 그런 노래가 되기도 한다. 한 음을 정확한 음으로 소리 내는 것부터가 노래의 출발이었구나.
“어떤 디테일로 승부 볼 것이냐”.
이것은 인생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어떻게 삶을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비법 같은 문장이다.
사소한 것, 작은 것, 쓸데없는 것, 보잘것없는 것, 초라한 것, 평범한 것, 지나치기 쉬운 것이야말로 사건의 나열밖에 안되는 여러 장면을 연결시켜, 인생으로 만들어주는 경첩이다.
작은 것 속에 숨겨져 있는 견고함과 의외성, 매력을 발견할 때 인생은 재밌어진다. 삶을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나 너무 큰 의미만을 찾다가 하루에 숨겨진, 짧은 시간 속에 숨겨진, 찰나의 순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생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놓치는 실수를 적게 하자.
누구에게나 한 번만 주어지는 삶에서 남들이 발견할 수 없는 디테일을 찾는 것, 남들은 만들어낼 수 없는 디테일을 창조하는 것이 내 마음속의 작은 기쁨이 되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고 나만이 온전히 알 때, 삶이란 좋은 노래를 만들어 내겠지. 마음으로부터 나만이 만들 수 있는 한 음을 꾸욱- 눌러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