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by 주명


모든 걸 다 적는 게 멋있다 생각했던 시절을 지나, 함구하는 게 내게 더 도움이 되겠다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무슨 이득을 더 얻기 위해 선택한 일은 아니다. 쓴다는 게 나를 발가벗기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 여겨질 때가 있어서 그렇다. 그 수치를 감수해야 쓸 수 있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생각이라는 게, 글이라는 게 나를 통과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다.

성숙해진다는 건 어떤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는 의미겠지.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더욱 시답잖은 말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속내를 감추고 얕은 말만 내뱉는 건 가벼운 사람이 되었다기 보다, 깊이 알게 되거나 숨겨둔 고민의 무게가 더 나갈 때 하는 위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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