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은 아름다움이 되어 돌아오겠지

by 주명


가장 애착을 가지는 행위에 집착을 더했다. 더 잘하고 싶으면 애정은 다른 모양이 될 수 있다는 걸 퇴고와 탈고 끝에 깨달았다. 책임이 더해지고, 완벽이 더해지고, 전문성이 더해지면 애정의 대상은 그저 내 선호의 선상에 있는 게 아니라 나를 보이는 일이 된다는 걸 알았다. 나를 보이기 위해 끝없이 고쳤다. 그러나 완벽이라는 건 영원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이제 그만 놓아주고 완성하기로 한다.

​​늦여름부터 이 가을까지 집착으로 지냈다. 노트북 하나 없는 나는 퇴근 후 동료를 먼저 보내고 회사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원래도 자야겠다고 마음먹지 않는 이상 침대에 잘 안 눕는 나지만, 책상 하나 없는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화장대에 앉아 타자를 두드렸다. 수백 장의 종이를 넘겨가며 연필과 펜을 굴렸다. 책을 읽을 시간도 없었다. 시간을 나름 허튼데 쓰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머릿속은 육체까지 지배하려 들어 자주 피곤하기 일쑤였다. 그 좋아하는 저녁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누구보다 차분히 살았지만,

내 안은 언제나 꺼지지 않는 엔진이 돌고 있었다.

나는 너를 보낸다.

몇 번을 돌아오겠지만, 내가 떠나보낸 너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내 앞에 서겠지. 계절을 통과하며 수많은 밤을 나와 함께 지내주어 고마웠다. 부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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