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목까지 뻐근한 생활

by 주명


오늘은 토요일이다. 두 번째 카페에 앉아있다. 분위기는 좋지만 콘센트가 없다는 이유로 노트북 충전을 못 한 동생 덕에 결국은 첫 번째 카페에서 엉덩이를 떼고 회사 앞 스타벅스에 앉아있다. 예전에는 지독히도 주말에 회사 근처로 오는 게 싫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회사가 결국 내 일상 속에 있으니 존재감도 안 느껴져서일까. 어릴 때 회사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이물감이 느껴졌다. 오늘은 회사 근처인 게 아무렇지도 않은 감정은 아니다. 회사가 자꾸 성가시게 한다.


기분이 좋지 않은 한 주를 보냈다. 소화도 잘되지 않아서 뒷목까지 뻐근한 생활을 했다. 마음도 뻐근하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고, 제어할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그걸 알면서도 늘 예상하지 못한 일엔 당황한다. 잘 흘러가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으나, 역시나 그저 잠잠한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특수상황이었을 뿐, 파도가 일면 쓸려가는 게 나라는 사람이다. 스트레스를 컨트롤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더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지만, 폭풍의 한 가운데서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쉬웠으면 다들 한자리하고 있겠지. 세상은 더 빛났겠지. 그게 안되는 인간들이 더 가득한 세상이라 세계는 어지럽고, 모두의 마음은 뒤죽박죽 엉켜있다. 사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가 없어서 지금은 흔들리면서 부대끼며 그저 마음이 떠다니게 내버려두고 있다. 물살을 거스르는 건 고단하니까.


그럼에도 자꾸 마음을 다잡는다. 흘러가도록 놔두면 어디까지 떠내려갈지 모른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흘러가는 건 시간이 아깝다.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구월은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건져낼 사람은 오직 나. 발버둥을 쳐서라도 스스로를 구출해야 한다. 정신 차리자.


쓰는 동안에는 마음이 정리된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다 쓰고 나면 결국 또 제자리에 내가 있다는 거겠지.


아- 나는 언제 크나. 인간의 일생은 끝없는 성장의 연속이다. 성장이 멈추면 결국 결말을 맞이한 사람이라는 말일 테니 어찌저찌 굴러가고 있는 인생도 위대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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