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한 투자를 합시다
지난 한 주 이사와 집 꾸미기로 글쓰기 시간이 없었다. 한주간 사부작거리며 집 정리를 거의 마무리하여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새 공간에 설레임을 더하려고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도 새로 샀더니 글쓰기 의욕도 최고조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더 지루하고 긴 2021년 시장의 큰 틀에 대한 생각을 적어본다.
미국, 한국의 주식시장이 역사적 고점을 갱신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끼고 있음에도 나는 올해 자산시장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오르내림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이 레버리지를 최대한으로 써서 위험자산에 풀배팅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바는 아니다. 올해 시장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올해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리밸런싱을 진행할 예정이다.
펜데믹 전 우리는 디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었다. '통화량이 이렇게 많이 늘어가는데 무슨 디플레?'라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인플레가 오지 않는 시대, 거꾸로 말하면 디플레 압력이 그만큼 높은 시대에 살고 있었다.
위 그래프에서 보면 2000년대부터 실질GDP는 잠재GDP를 밑돌았다. 이 차이를 GDP Gap이라고 하는데 실질GDP가 잠재GDP보다 낮은 구간은 저성장의 구간으로 수요 부족, 재고 누적, 유휴설비 증가, 실업률 증가가 발생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구간이다. 이렇게 마이너스 GDP Gap 구간에서 쌓인 공급과잉 압력은 플러스 GDP Gap 구간에서 해소 되어야 하는데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마이너스 GDP Gap 구간의 과잉 공급을 해소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게 유지 되고 있다.
위와 같은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빈부격차로 인한 수요 감소이다. 양극화가 심화 될 수록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낮아지면 사회 전체적인 수요가 감소하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강하게 한다. 두 번째로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이 미뤄지면서 과잉공급과 유휴설비를 늘리게 되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게 된다. 세 번째로 유가도 상승하기 힘든 구조가 되어 가고 있다. 전기 에너지로의 전환과 셰일가스 혁명으로 석유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상황이 되었다. 네 번째로 인구 구조의 고령화 역시 디플레 유발자 중 하나이다. 고량화에 따라 노동 인구가 줄어 경제 전체의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세계화 덕뿐에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재화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아마존 효과로 인해 세계 어디서든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금리와 물가는 인터넷에서 아주 핫하게 다뤄지는 주제인 듯 하다. 그 이유는 세계 각 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재정, 통화정책 때문인데 돈이 이렇게 많이 풀렸으니 돈의 가치 하락, 즉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위 그래프를 보면 돈이 그렇게 많이 풀리는데도 인플레가 도무지 오지 않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이 그래프는 미국의 경제 내에서 돈이 얼마나 잘 흐르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화폐 유통 속도는 급격하게 낮아졌는데, Covid-19로 한층 더 낮아진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즉,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돈은 자산시장에 고이기만 하며 실물 경제로 돌지 않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찐 인플레가 오려면 경제 성장이 소득 성장으로 이어져 소비 증가가 이루어져야 일시적이지 않은 영구적인 물가 상승이 나타난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무너진 경제 주체를 구제하기 위해 세계 각 국의 정부, 중앙은행은 양적완화를 비롯하여 재정정책을 아끼지 않은 것이 앞서 살펴 보았던 디플레이션 유발자들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1. Covid-19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더 많이 직장을 잃었고, 양극화는 더욱 증가 되었다.
2. Covid-19로 좀비기업이 더욱 많아졌다.
3. Covid-19로 이동이 제한 되어 석유의 수요는 줄었으나 생산자는 늘어났다.
화폐 공급이 역대급으로 많지만 디플레이션이 걱정인 시대라면 투자자는 디플레이션에 배팅을 해야 할까? 여기에 생각해 볼 투자 격언이 하나 있다. 바로 "Don't fight FED", 연준의 방향에 역으로 배팅하지 말라는 뜻이다.
연준은 지난 12월 FOMC에서 평균물가목표제를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로 제시하며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 있더라도 금리 인상을 참겠다고 했다. 물가가 2%를 넘을 것 같으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던 인플레 파이터 연준이 한동안 물가가 2%를 넘더라도 일정 기간동안 평균적으로 2%를 하회하면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자기 강화를 하며 장기간의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빠른 회복을 위해 물가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의미인데 그럼 찐 성장이 온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바로 완전 고용에 도달할 때까지 연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리 해보면 화폐 공급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디플레이션의 압력이 크다. 하지만 연준은 침체에서 회복 할 때까지 장기간 완화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며, 성장을 위해 어느정도 물가 상승을 유도할 것이다. 이른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화폐를 살포하는 등의 정책으로 의도적인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리플레이션(Reflation)의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리플레이션이란 디플레이션을 벗어나 물가가 완만하게 오르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태에 이르지 않은 통화 재(re)팽창기를 의미하는데, 리플레이션 정책이란 낮아진 물가상승 압력을 다시 높이는 것으로 주로 재정지출과 통화 완화정책이 주요 수단이다.
과거 리플레이션이 발생했던 시기에 각 자산군의 성과에 대해서는 아래 브리지워터의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 표에서 Successful Relation 시기를 보면 주식과 채권, 금 모두 대체로 성과가 좋았다. 그리고 위 리포트에서 브리지워터는 Covid-19 이후에 대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는데 Successful Reflation과 Defaltionary Depression이다. 하지만 정책입안자들이 경제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Successful Reflation의 확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디플레의 압력이 크지만 연준은 (적당한)인플레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고 결국 연준이 승리하여 인플레는 올 것이다. 하지만 디플레의 압력이 큰 만큼 연준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디플레에서 천천히 인플레로 이동하는 기간, 즉 과거 리플레이션 시기를 바탕으로 2021년 자산 시장을 전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쓰기에도 너무 어려운 글이었다. 그만큼 투자와 경제에 대해 나의 논리 혹은 주장을 쉽게 설명할만큼 내공이 쌓이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각 주장에 대해 논거도 부족한 듯 하고 내 주제에 비해 너무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가 걱정이다.